국내 벤처 장인이 벤처캐피털 설립이나 벤처펀드 출자를 통해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등 스타트업 선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자의 노화우를 살린 투자 방식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공 벤처인들이 후배 양성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거나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개인 투자로 '밀착지원'하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
변대규 휴맥스 회장은 지난 3년간 10여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투자 금액만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그가 주목한 곳은 '모빌리티' 분야다. 휴맥스는 지난해 신사업으로 휴맥스모빌리티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주차장 운영 사업자 '하이파킹'을 인수했다.
휴맥스는 하이파킹과의 협업으로 주요 도심의 주차장을 기반으로 한 법인용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주차장 및 카셰어링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 '피플카' △전기차 충전 사업자인 '차지인'을 비롯해 주차관제 솔루션 업체 등에 직접 투자했다.
휴맥스측은 “향후 세차, 정비 등의 스타트업에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며 “모빌리티 사업 인프라를 확보하고, 주요 거점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변 회장은 인공지능(AI)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Nephron)'을 개발한 '수퍼빈'에도 투자했다. 네프론은 빈 병이나 캔 등 재활용품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AI 로봇이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도 스타트업 육성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계열사인 다산벤처스를 통해 10여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벤처캐피털(VC) 캡스톤파트너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다산측은 네트워크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IoT, 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IoT 기술 기반으로 공동주택 주거 환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다산카이스, 다양한 규모의 전자투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전자투표 등이 대표 투자 기업이다.
남민우 회장은 “창업가는 열 번이상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만 시장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며 “개별 기술이나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속한 산업 환경과 창업가의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도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7곳이상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주로 제조분야 신생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이 중에서도 2군데 정도는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투자 뿐 아니라 멘토링과 후속 투자 유치 연계 등도 적극 지원한다. 변 회장의 경우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 유치에 직접 찾아가 VC들 앞에서 발표를 도맡아 할 정도로 적극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회장 역시 자신이 크루셜텍을 창업할 당시의 노하우와 지식 등을 아낌없이 조언하고 있다.
스타트업계 한 CEO는 “어떤 성공 벤처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지에 따라 사업 가치 평가를 달리 받을 정도”라며 “든든한 선배 벤처인들의 성공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전수받으면 시장에 보다 빠르게 안착할 수 있어 이들의 투자 방식에 스타트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