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전쟁이 한창이다. 중국은 자국 이차전지가 장착된 자동차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다른 나라 제품에 대해서는 차별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자국기업인 'CATL'을 우리나라 이차전지 생산기업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이차전지 생산업체로 키워냈다.
이차전지 시장의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기술 혁신을 통한 우위를 점해 시장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할 수 있는 대용량·고안전성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확보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이차전지 소재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신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 거대연구시설의 고급분석기술을 활용해 이차전지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공정과 공학 변수를 파악하고, 이차전지 설계에 지속 반영시켜야 가능하다. 일본의 혁신형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 개발 사업이나 미국의 '배터리500' 프로젝트, 독일의 '엑설런트 배터리'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에 필수불가결한 도구 하나가 바로 중성자다. 대표적 이차전지인 리튬 이온 전지 개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극 소재에서 리튬의 구조적 거동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전지가 작동 중인 상태에서 리튬 이차전지 거동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용 가능한 유일한 도구가 중성자다. 중성자는 원자번호와 무관하게 산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가벼운 원소의 구조정보를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 도구다. 또 중성자는 금속은 물론 모든 물질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작동 중인 상태에서도 물질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중성자는 차이가 아주 미세한 원소 사이에서도 산란능력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이를 이용하면 니켈-망간-코발트 산화물 리튬 이차전지와 같이 인접한 원자번호 원소들이 배열돼 있어도 조건에 따른 구조 변화와 특성을 추적하는 데 특히 유리하다.
이외에도 중성자는 물질을 분석하는 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성자의 비파괴 분석을 이용하면 이차전지 성능을 외부 온도의 변화 등 외부상황 변화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또 이차전지 음극소재에서 흑연 내로의 리튬 '끼어들기 과정' 특성화가 가능하고, 이차전지 내 다양한 위치에서 리튬의 공간 분포 특성 파악, 중성자 소각산란장치를 이용한 이차전지 나노 수준 구조 규명도 가능하다.
또 중성자깊이분포측정법을 활용해 이차전지 핵심소재 내 수 나노미터(㎚)~마이크로미터(㎛) 영역에 존재하는 리튬 등 원소 구성과 농도를 ppm~ppb 범위까지 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국가가 부러워하는 강력한 중성자원 '하나로'가 있다. 그런데 이름에 원자로가 붙어있다는 이유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원전에 버금가는 규제를 적용받다 보니 수년째 가동이 멈춰 있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경쟁에서 이겨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하나로 가동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원자력 안전 규제를 받는 모든 시설이나 장치는 비정상 상태를 보일 때 가동을 자동적으로 정지시키게 하는 고장안전 철학에 따라 설계되고, 만들어지며, 운영된다. 집에 비정상 전압이나 전류가 흐르게 되면 두꺼비 집 퓨즈는 자동으로 끊어지고 전기를 차단해 집을 전기에 의한 화재 사고로부터 방지한다. 하나로도 마찬가지다. 하나로의 빈발한 정지는 기본 철학에 따라 하나로가 설계·시공·운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로의 비정상적인 문제가 과학·공학적으로 해결됐다면 하루라도 미루지 말고 재가동을 승인해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울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김학노 30대 한국원자력학회장 hrkim@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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