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과학핫이슈]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물 때문이다. 약 40억년 전 바다에서 최초 생명체가 탄생했고 이후 광합성 생명체가 나타나 대기중 산소 농도가 높아졌다. 나아가 오존층이 형성되며 생명체 활동 공간이 바다에서 육상으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구 면적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물의 근원을 두고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지구에 물, 얼음을 공급했다는 설이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심지어 44억년전 지구와 충돌해 달을 만을 만들어 낸 테이아가 지구에 물을 공급해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구가 형성 단계부터 이미 물을 갖고 있었다는 게 대표적이다.

브뤼셀 자유 대학(ULB)의 세드릭 가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가 가진 물의 기원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지구는 활발한 지질 활동으로 지구 형성 당시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에 물의 근원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연구팀은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불리는 금성을 택했다. 금성은 지구 바로 안쪽에서 태양 궤도를 돈다. 지구와 크기, 질량, 평균 밀도, 중력 등이 비슷하다. 온실 효과로 표면 기온이 470도, 기압은 지구의 92배에 달하는 등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갖고 있지만 화산 활동과 가스 분출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기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모델화하는 데 유리하다.

무엇보다 지구와 거리가 가까워 소행성으로부터 같은 종류의 물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자 핵심 가정이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금성이 지구의 초기 진화 과정을 간접적으로 연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양의 물을 가진 소행성을 금성에 충돌시켰다.

그 결과, 현재 금성 대기와 다른 조성의 대기가 형성됐다. 이를 근거로 금성은 물론이고 지구도 외부 행성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지구의 물이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았다면 원래 물을 다량으로 보유했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대충돌 때 지구가 이미 물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증발하지 않을 정도로 깊이 묻혀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지구는 물론 금성과 화성도 처음부터 물을 갖고 형성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를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고대 태양계 암석형 행성에서의 생명체 서식 가능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 결과는 금성에도 대양이 존재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차세대 금성 탐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