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 돌입한 美, 종목 차별화 심화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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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기업이 실적 시즌에 돌입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부정적인 시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지만 증시는 아직 하락 전환하지 않고 있다.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예전과 같은 급락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업의 실적 하락과 경제지표 하락이 증시에 선반영된 만큼 '포스트 코로나19'에 맞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1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한 미국 주요 기업 성적표는 예상대로 부정적이다. S&P 1500에 속하는 기업 중 295군데가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대부분 항공, 여행, 호텔 업종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분야다. 코로나19가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2분기 실적까지 악영향을 입을 수 있다.

S&P500 기업은 5년 만에 역성장이 예상됐다. 미국 대표 기술기업인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중에서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실적이 평균 21%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거론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S&P500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업종 -51.5%, 경기 소비재 -33.1%, 산업재 -28.9% 등으로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친 충격파가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소매판매는 2월 -0.4%에서 3월 -8.7%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당초 블룸버그는 -8.0%를 예상했는데 이를 넘어선 수치다.

산업생산은 2월 0.5%에서 3월 -5.4%로 악화되는 등 실물경제 충격이 가시화됐음을 알 수 있었다.

연간 세계 GDP 성장률 전망치도 잇달아 하향 조정됐다. IMF는 올해 세계 GDP 성장률을 3.3%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S&P도 〃2.4%로 내렸다.

실물경제 지표는 악화됐지만 이에 비해 증시는 아직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급락 후 급등세가 진정된 후 상승폭은 둔화했지만 아직 다시 급락 전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코스피는 외국인이 지난달 5일부터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이었으나 지난 17일 3226억원 순매수로 전환한데 힘입어 19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13조9632억원으로 지난달 31일 역대 최대기록(13조9054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증시도 상승세다. 17일(현지시간) 다우산업지수는 2.99% 상승했고 S&P500은 2.68% 상승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38% 올랐다. 한국과 미국 증시 모두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새롭게 각광받을 분야와 당분간 악영향이 지속될 분야를 구분해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언택트'가 새로운 성장 키워드가 된 만큼 관련 기술, 제품,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 성장세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D2C 비즈니스, 클라우드 등도 새롭게 가치가 부상할 업종으로 꼽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이던스조차 없는 기업이 많아서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는 숫자를 발표할 위험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기업 실적이 나빠도 지수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과거 사례도 있어 실적 개선을 기대할만한 대형 기술주 하락은 제한되거나 실적 발표 이후 종목별 차별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