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4월 국내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4월 수출 전망을 보면 4월 자동차 수출은 12만6589대로 작년 동월 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현대차는 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주요 5개국과 인도·멕시코 모든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아시아·중동·중남미 등도 영업 중인 곳이 절반이 안 된다.
수출 길이 좁아지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생산 물량의 61%가 외국으로 나갔다. 1분기 완성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7.6% 줄었다.
이런 상황에 현대차 노조마저 임금 동결 검토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나섰다. 업황을 고려해 고용안정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조는 기업은 고용보장·노조는 임금인상 자제로 요약되는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내용을 소식지에 소개했다.
노조는 다음 달 노사고용안정위원회에서는 인기 차종을 여러 공장, 라인에서 나눠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9000여개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업체보다 더 어렵다.
이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 수출 감소에 따른 영향과 해외 완성차 업체 납품 차질까지 겹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출이 수조원대인 대형 타이어 업체들도 공장을 세우고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상황이니 규모가 훨씬 작은 2∼3차 부품업체들은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에 따르면 부품전문업체들은 코로나19로 2월부터 완성차 공장 가동중단이 이어지며 매출이 급감하면서 현금이 바닥났다. 상당수 부품업체들이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불 유예와 삭감을 하고 있다. 1차 부품업체가 납품대금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매출채권)은 연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연합회는 어음 인수, 대출금 만기연장, 세금 감면 등의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에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회는 국내 완성차·부품업계가 당장 필요한 유동성 규모가 32조8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 금융기관 대출 만기연장, 수출금융 등에 필요한 자금이다.
연합회는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산업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대출 보증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 사례를 우선 참고하고, 긴급 대출은 심사가 오래 걸리는 시중은행에 맡기지 말고 중앙은행이나 국책은행이 직접 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개소세 인하를 최소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취득세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사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9인 이상 승합차와 화물차는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개소세 감면 혜택이 없으므로 별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를 각각 70%씩 연말까지 인하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에서부터 부품업체까지 한 곳이라도 유동성이 바닥나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 특성으로 인해 미국·유럽 각국은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2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하는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