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일하는 방식의 혁신, 이미 시작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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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전통적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근무 시간도 유연해졌고, 대면근무가 아닌 원격근무도 자리잡고 있다. 그 동안 원격근무는 일부 스타트업, IT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일명 '언택트' 산업은 확산일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변화가 근로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고강도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되더라도 일부 기업들은 '주3일 출근+2일 재택' 등의 변화된 근무 형태를 도입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근무 형태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업무영역, 고용형태, 노동시간 산정, 급여지급방식, 업무 평가방법 등 모든 면의 변화가 불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변화는 근무 형태 변화는 IT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변화에 민간함 일부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등 보수적 조직에서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개인의 금융정보를 집에서 다루면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융회사 콜센터 직원의 재택근무를 반대해 왔다. 각 금융사가 별도 보안 인터넷망과 이동저장장치(USB) 사용이 불가능한 전용 단말기를 설치한 뒤에도 쉽게 허용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에 보수적이던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통 대면 업무에 속하는 기업공개(IPO) 과정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기관 투자자와 예비 상장사 투자 미팅이 상당수가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언론 대상 설명회도 유튜브나 줌을 이용한 온라인 기반 실시간 세미나로 진행했다.

신규 투자자를 위한 투자 세미나도 온라인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했던 행사였다. NH투자증권은 매달 1회 이상 웹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증권도 종목 분석, 금융 트렌드 세미나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준비했다.

보험업계에선 보장분석에서 보상상담까지 '언택트·디지털' 근무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 콜센터 업무가 재택근무로 확대됐다. 콜센터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웠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콜센터 상담직원 재택근무 비조치의견을 내면서 현실화됐다.

새로운 서비스도 창출했다. 삼성화재는 한국신용정보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가입 보험 내역을 알기 쉽게 분석하는 '셀프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자동차 보상 영상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일시적이지만 재택근무가 시행됐다는 점 자체가 큰 변화다. 망 분리 규제 때문에 은행 재택근무 도입은 이례로 꼽힌다. 현재 은행권은 부분적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종결 후 재택근무가 계속될 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은행권이 재택근무 데이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격근무가 정례화된 사례도 있다. 뱅크샐러드 운영사 레이니스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분적 재택근무제를 최근 도입했다. 임시 도입했던 재택근무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부서를 중심으로 주 1~2회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언택트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관련 솔루션은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인식의 벽이 높았다. 기술은 상용화됐지만 수요는 일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강제되면서 언택트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폭증했다. 장벽을 일거에 해소했다. 원격근무 본격화는 지역·지방의 소멸 현상 해소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는 산업 근간을 이루는 패러다임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략기획실장은 “최근 산업의 키워드였던 '모바일'이 '언택트'로 대체되고 있다. 언택트 근간은 디지털”이라면서 “재택근무에서는 더 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다. 이동이 줄어들면 이제까지 각광받았던 모바일, 모빌리티 산업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존 비대면 솔루션 우려점은 보안이다. 민감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는 상존한다”면서 “비대면 시대에서는 보안 기술 중요성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표】업계 원격근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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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