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진정세? 살길 찾기 시작한 글로벌 사회
코로나19의 국내 신규 확진자 증가 숫자가 두 달여 만에 한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4월 19일까지 기한을 두었던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지금까지 보다는 완화된 형태로 5월 5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해 왔지만 러시아워 시간대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마련이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60여 일을 지내 온 것은 일부의 상황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 세계 확진자 수의 증가 추세를 보면 지난 4월 10일경 10만 명대였던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14일 5만 명대로 줄어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듯했으나 다음 날인 15일 8만 명대로 다시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유럽과 북미의 일부 나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치사율이 10%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아 2%대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치사율 수치에 비해 무려 다섯 배에 달한다.
국내 보다 심각해 보이는 해외에서도 봉쇄 조치 완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가 한풀 꺾인 독일의 휴교령 해제 발표를 시작으로 덴마크와 아일랜드 등에서도 영세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내 매장 폐쇄라는 강수를 두었던 커피 전문 체인 '스타벅스'도 영업 재개에 들어갔고 미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역시 워싱턴주 소재의 공장 생산 라인 가동을 시작으로 이번 주 안에 전체 생산 라인의 정상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밝혔다.
'르노'와 '현대'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이번 주부터 생산 공장을 재 가동할 예정이라고 하고 중국과 홍콩 등을 제외한 전 세계의 모든 매장을 폐쇄했던 '애플'은 국내 매장 한곳을 재개장했다.
◇ 국내 문화계도 조심스러운 재개 움직임
이러한 움직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문화계도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분위기다. 대학로에 위치한 크고 작은 극장들에서는 준비해왔던 공연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고 미리부터 계획되었던 연극제 등이 진행될 예정에 있다.
일시 중단되었던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의 경우 지난 14일 공연을 재개했고 뮤지컬 '샤이닝', 연극 '아트' 등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 주에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21일부터 공연을 재시작 한다.

뮤지컬 '드라큘라'도 공연 중단 20일 만에 공연을 재개할 계획이고 예술의전당은 자체 기획 공연은 모두 중단했지만 일부 대관 공연에 대해 조심스러운 진행을 시작했다. 극단 후암이 기획한 연극 '흑백다방'을 자유 소극장에 올릴 예정이며 5월 초에는 라벨라오페라단과 함께하는 키즈 오페라 '푸푸 아일랜드'를 공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국내 진행 공연 중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왔던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이번 달 1일 공연을 중단하고 출연 배우들과 전체 스태프의 검진 및 자가격리를 진행한 바 있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프로덕션은 확진 판정을 받았던 외국 국적의 앙상블 배우 두 명 중 한 명은 다행히 완치가 되었고 다른 한 명도 곧 퇴원을 할 수 있다는 소식과 함께 오는 23일 목요일부터 공연을 정상 재개할 것임을 알려왔다.

확진을 받았던 두 배우는 퇴원 후에도 2주 동안 출연을 시키지 않을 예정이라 하며 공연 재개를 위한 무대 기술 점검과 리허설 등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시간을 가져왔다고도 밝혔다.
공연계뿐만 아니라 전시계도 축소 운영이나 휴관으로 움츠러들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중이다. 방역, 공조 및 전시장 내의 전반적인 안전 점검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대관 전시의 경우 관련된 직원 및 파트타이머, 협력사 등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쉽사리 전시장의 휴관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르메르디앙 호텔의 M컨템포러리에서 진행 중이었던 '강남모던걸' 전시도 3월 초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가 이번 주 23일 재개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들과의 콜라보를 단행했던 신생 전시업체의 첫 전시인터라 전시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기에 '강남모던걸'의 전시 재오픈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코로나로 바뀐 라이프 스타일, 온라인으로 문화생활을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오프라인으로 누려왔던 문화생활의 중심이 온라인의 영역을 이동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디자인재단'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봄을 맞아 식물로 실내 환경을 디자인하는 온라인 정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디자인 숲'이라는 콘셉트로 DDP 1층에 위치한 시민라운지에서 가든 디자이너와 함께 생활정원 조성 방법을 촬영하고 시민 누구나 생활정원을 디자인할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영상을 제작하였다.
4월 22일부터 5월 27일까지 서울디자인재단과 DDP 홈페이지를 통해 주 1회씩 총 6편에 걸쳐 공개될 예정이며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서도 송출되어 시청하는 시민들과의 양방향 소통도 꾀하고 있다.
온라인 형태의 문화생활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구독자 100만 명에 달하는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채널은 개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뮤지컬 제작자이자 작곡가로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개설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한국시간 토요일 새벽 3시)에 자신이 작곡한 인기 뮤지컬을 한 편씩 무료로 공개한다.
지난 주말에는 2011년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 무대에 올려졌던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 공개되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채널의 '오페라의 유령' 공연 실황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1925년에 개봉되었던 흑백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도 유튜브 채널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오페라의 유령' 뿐 아니라 국내 및 세계의 고전영화들을 한국어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는 '시네마빅풋'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뒤숭숭한 마음가짐으로 착잡한 시간을 보내왔던 많은 이들에게 문화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 내리는 단비처럼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지 않을까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