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 유출 단속에 나섰다. 타사 플랫폼으로 변경하는 기사에게 재가입 제한을 두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적용 차종을 확대하며 고급택시 시장 개척을 시작한 '타다 프리미엄' 견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용자 24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택시의 권한 남용이라는 논란도 이어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고급택시 '카카오블랙' 기사들에게 타사 플랫폼으로 변경 후 재가입을 희망하는 기사의 경우, 일정기간 가입을 유예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공지했다. 타사 플랫폼 이동 시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공지 시점이 14일 VCNC가 '타다 프리미엄' 설명회를 개최해 관심을 모은 시기와 거의 맞물린다. 이날 설명회는 택시기사 80여명이 참석하는 등 택시업계 반응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카카오 측의 정책이 기사들의 플랫폼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다수가 관련 조항에 항의를 하고 있어 카카오 측과 접촉을 시도 중”이라며 “업계와 논의 없이 카카오가 일방적인 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 역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식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택시는 배기량 2800cc 이상 중대형 차량이 활용되며, 요금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카카오블랙, 우버블랙, 리모택시, 타다 프리미엄 등 소수 사업자만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내 고급택시 면허는 400~500대로 추산되며, 이 중 300여대를 카카오블랙이, 100여대를 타다 프리미엄이 확보 중이다.
일반택시와 달리 고급택시는 여러 호출 플랫폼을 중복 이용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서울시 지침이 개정되면서 면허 종류 및 플랫폼사 변경은 2개월에 1회씩만 가능해졌다. 즉, 소규모 신규 유입을 제외하면 상대방 기사를 뺏어 와야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최근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한 기사 상당수는 카카오블랙 출신이다.
기사 입장에서 타다 프리미엄은 호출건수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요금이 타다베이직과 거의 같아 소비자를 끌어오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타다 프리미엄은 기본요금 5000원(기본거리 2km)에 거리요금은 약 82미터당 100원이 붙는다.
카카오블랙은 기본요금 6000원에 거리요금은 약 71미터당 100원이 붙는데다, 기본거리가 없기 때문에 실제 두 서비스의 요금 차이는 상당히 크게 난다. 이 때문에 카카오블랙은 의전용 혹은 심야시간 택시 승차거부가 심한 상황에 한정해 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해진 플랫폼 택시가 이 역할을 일부 대체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가 겹쳐 블랙택시 수입이 예전 대비 지속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 측은 편법으로 중복 플랫폼을 활용하는 '투콜' 어뷰징 혹은 탈퇴-재가입을 반복하는 일부 기사를 제재하기 위한 정책이 오해를 샀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타다 프리미엄으로 이동한 기사는 거의 극소수에 불과하며 해당 정책과도 무관하다”며 “블랙 택시는 로열티와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기사들 내부에서도 어뷰징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업계 "기사 개별 이동 제한은 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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