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바이낸스KR 운영사 비엑스비(BXB)가 제기한 우리은행 법인계좌 출금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우리은행은 BXB 법인계좌를 정상화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해당 계좌가 자금세탁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 없고, 가상통화 취급 전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항고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우리은행과 바이낸스유한회사거래소(바이낸스KR)는 법인계좌 사용 용도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다. 바이낸스KR는 바이낸스의 국내 거래소다. 바이낸스는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 초 BXB를 인수했다. BXB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현재 바이낸스KR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문제 삼은 것은 바이낸스KR의 암호화폐 거래에 우리은행 계좌가 활용됐다는 사실이다. 바이낸스KR는 BXB 법인계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 자금을 받고 있다. 일명 '벌집계좌'라고 부른다. 법인계좌가 자금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용자가 BXB 법인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바이낸스KR가 이를 수취,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거래소는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해 이용자 고유 거래키를 활용한다.
업계에선 이 같은 갈등이 예상됐다는 반응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사전 통보를 한다해도 법인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에 활용하도록 용인할 리 만무했다”면서 “법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굳이 우리은행 계좌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는데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사전 통보는 물론 현장 실사, 협의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이런 갈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트러블 메이커'라는 인식은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거래소에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을 꺼리는 이유는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계좌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연루될 경우 은행까지 금융당국 제재를 받는다. 벌집계좌는 상대적으로 범죄 악용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가 실시간 모니터링 등 보안 솔루션을 갖춘 이유다. 내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벌집계좌는 실명확인 가상계좌로 대체된다.
우리은행은 바이낸스KR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만을 짧게 내놨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항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