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 과정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범 평가를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 경로 추적, 데이터 공유 등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그동안 구축한 ICT 인프라와 경험이 진가를 보여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기존 전자정부를 뛰어넘는 '디지털 정부혁신'을 과제로 정하고 디지털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정부 구현 재설계가 필요하다.
전자신문과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산업계·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본 디지털 정부 경험·시사점을 공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디지털 정부혁신 방향 등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맞춰 알서포트 화상회의서비스 '리모트미팅'을 이용해 영상으로 진행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권헌영 고려대 교수
△김준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이사
△남영삼 엔쓰리엔 대표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오원석 리스트 대표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
△사회:김인순 전자신문 ICT융합부장
◇사회(김인순 전자신문 ICT융합부장)=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기업과 정부가 기지를 발휘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주목했던 정부와 기업 대응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고 어떤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하는가.
◇김준범(NBP 이사)=여러 가지 지원과 혁신 노력이 단기간 있었지만 국민 가장 높은 관심과 실제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던 사례는 공적마스크 알림서비스와 초중고 학생 온라인 개학이었다.
공적마스크 알림서비스는 여러 중앙행정부처간 업무협업부터 민간클라우드, 개발업체와 기술조율, 일선 약국과 대국민 이용홍보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공적마스크 정보를 사용한 일반국민이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진행됐다. NIA 등 전문기관이 여러 행정부처와 민간기업 중심에서 업무와 기술영역을 종합적으로 판단, 이해 관계자에게 공유하고 다양한 이슈를 신속하게 관리했기에 가능했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준비기간을 통해 전국민 이용서비스를 실행한 점은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온라인 개학은 유례없는 대규모 서비스 동시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 우려가 있었다. 정부가 민간 기술과 경험을 신뢰하고 민간 클라우드 도입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정부 결정에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가 그동안 축적한 클라우드 기술과 자원을 이용해 수백만명 동시접속자가 이용하는 시스템을 불과 일주일 가량 짧은 시간 안에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해 교육현장의 혼란을 줄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오원석(리스트 대표)=공적마스크 재고 알림을 위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환경(API) 제공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정부와 기업, 시빅해커를 포함한 민간 협업이 일사분란하게 성공한 사례라다. 참여 주체는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적마스크가 배분되길 희망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서는 상황이 최소화되기를 바랐다. 마스크 수급 안정과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업무포털'을 활용해 마스크를 배분하고 판매와 재고를 기록했다. 입고일자와 재고상태가 기록되므로 이 정보를 국민이 접할 수 있다면 약국 앞에 줄을 서는 상황을 줄일 수 있겠다 판단하고 즉각 실행에 옮겼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사회 등이 참여해 일사분란하게 의사결정을 진행했다. 공공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지원을 위해 일선에서 NIA가 뒷받침했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정부가 스스로 공적마스크 재고 조회 서비스를 만들지 않았다. 데이터를 공개해 시민 스스로 다양하게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권고했다. API 공개 과정과 서비스 개발 과정이 동시에 이뤄진 사례다. 정부가 공적마스크 API 서비스 개발 착수 후 시시각각 그 과정을 개발자 커뮤니티에 공지한 덕분에 개발자는 큰 어려움 없이 앱을 개발했고, 이 모든 과정은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디지털 정부혁신을 얘기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관협력임을 증명했다. 공적마스크 API 제공과 서비스 개발 과정은 우리에겐 흔치 않았던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민관협력 성공 사례다.
◇권헌영(고려대 교수)=가장 돋보였던 사례는 코로나19 관련 환자 현황, 검사 현황, 확진자 동선·경로 등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 국민 신뢰 기반을 확보한 사례다. 디지털 정부혁신 근본이자 핵심 요소인 공개와 개방 가치를 구현한 것이다. 비대면 특성을 갖는 디지털 사회에서 저하될 수밖에 없는 신뢰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했다.
데이터 공개에서 나아가 민간 업체와 전문가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가온아이, 이스트소프트 등 소프트웨어(SW) 업체와 민간 개발자는 국토지리정보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데이터를 제공받아 코로나19 종합상황지도를 제작했다. AI 업체 마인즈랩은 코로나19 동선 추적 데이터셋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러한 사례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유, 민간 지원·협력 등 앞으로 디지털 사회에서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점을 보여준다.
◇문용식(한국정보화진흥원장)=자연·사회적 재난 대응을 위해 구축한 여러 전자정부 시스템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활용됐다. 예방단계에서는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 검역관리시스템, 감염병 의심입국자 추적지원시스템이 유용했다. 대응단계에서 역학조사시스템, 국가비축물자원관리지원시스템, 국가격리병상 관리지원시스템, 재난안전문자 등이 적용됐다. 사후관리 단계 역시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소상공인자영업지원포털 등이 이용될 예정이다.
디지털 정부혁신 일환으로 추진된 과제 역시 다양한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주민등록등본을 전자지갑에 발급받아 마스크 대리구매 시 활용했고, GVPN을 활용해 공무원 원격·재택근무가 가능했다. 온나라이음 등 기존 구축한 도구를 이용해 영상회의도 무리 없이 진행했다.
◇사회=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 속 많은 디지털 혁신 사례가 나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발견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보유·개발 예정인 디지털 정부 혁신 사례 가운데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남영준(중앙대 교수)=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사전적 조치보다 사안이 야기된 이후 사후적 조치를 수행하는 형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마스크 보급이나 중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신청 어려움처럼 정부가 좋은 정책을 결정했으나 집행시에 실제로는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시스템적 문제점이 발생하고 뒤늦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이 문제점은 기술적이나 정책적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다. 사전에 야기될 문제점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데이터 공유를 꺼려하는 부처간 칸막이 현상이 나타났다. 물리적 프로세스를 혁신적 사고 변화없이 단순한 프로그램 개발로 바라보는 등 고질적 한계를 보였다.
코로나19가 가보지 못한 미래 사회로 진입이기 때문에 정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 디지털 정부혁신을 통한 대국민 서비스를 적극적이며 정교하게 대응하는 디지털 혁신 전략을 위한 시나리오 기반 액션플랜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처별 혹은 업무별 디지털 정부서비스 개발 기획데이터 전략가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
◇오원석=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 제공 서비스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단순 정보 제공 서비스도 있고 동선이나 분포 파악을 위해 시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제각각 존재하는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수급하기가 어렵다. 급작스러운 감염 확산과 미처 준비되지 못한 시스템 한계는 인정하지만 정보 전달 형식과 방식은 안타깝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모든 정보를 동일한 방식으로 취급하고 개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공식 브리핑을 위한 절차와 창구(채널), 방식 등을 체계화한다면 그 정보를 데이터로써 이용하려는 타부처와 지자체, 국민은 좀 더 수월하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김준범=이번 대응은 민간사업자가 유례없는 규모 자원과 인력을 사전 계약이나 합의 없이 초단기간에 투입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민간사업자는 긴급한 국가적인 비상상황임을 감안해 정부 신뢰와 사회적 비상상황에 대한 공동대응 차원에서 인력 등 자원을 선투입해 대응했다. 기업규모상 선투입과 사후협의를 수용할 수 있는 업체도 있다. 긴급한 예외상황임을 감안해도 사업적 합의 없이 자원을 선투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도 있다. 향후에는 사전협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개되는 정부 긴급사업에 대해 선투입되는 민간자원 보전과 협의절차 등에 대한 제도수립이 필요하다.
◇남영삼(엔쓰리엔 대표)=공공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보해야한다. 공무원이 실시간 데이터 거버넌스를 갖고 인프라를 운영해야 민관 협력도 가능하다. 공공 데이터를 보유, 관리하는 공무원이 데이터 주도권이 없다면 데이터 개방 의미가 없다. 실시간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공급하는 역할을 해줘야한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데이터가 개방돼 민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고 데이터 가치가 극대화된다.
◇문용식=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공부문이 가진 자원과 역량만으로는 국민이 원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데 많은 한계를 보였다. 얼마 전 소득 70% 국민들에게 재난 긴급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자마자, 검색이 쇄도하여 보건복지부 홈페이지가 24시간 다운되는 일도 발생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이나 대국민 이슈 발생시에 빠르고 안정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콜센터, 영상회의 솔루션, 공공기관 홈페이지 등 공공부문 공통기능부터 시작해서 국가 클라우드 전환을 본격화해야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기민한 대응을 위한 위기대응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로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는 디지털 관점에서 어떤 부분이 많이 변할 것이라 예상하는가.
◇권헌영=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행정, 교육, 치안, 보건, 금융, 문화 등 사회 전반에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기존 사회 요소가 완전한 온라인 환경에서 구동돼야 하는 수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비즈니스나 미팅, 업무, 교육, 물류 등 영역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거대한 반강제적 사회실험이 이뤄진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했음에도 생산성,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거나 혹은 더욱 나아지는 현상이 관찰되는 영역에서는 온라인 환경이 완전히 정착될 수 있다.
비대면 중심 온라인교육 구현방법 고도화와 교육체계 혁신 또한 가능하다. 온라인 강의 구현방안이나 평가기준 등 교육방법론 논의가 활성화되고 이른바 협업툴과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발전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직된 교육체계에서 벗어나 단순한 방법론 혁신이 아닌 제도권 교육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디지털 환경에서 생활하는 시민이 가져야 하는 의식과 역량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다.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사회에 적합한 디지털 시민성 정착이 요구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 대비도 필요하다. 데이터 처리가 일상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문제, 각종 해킹 등 보안문제, 온라인 강의 환경에서 강사 초상권 문제, 시크릿 메신저 등을 활용한 범죄 모의 문제 등이 이미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보여준 사회통제 역량은 디지털 사회에서 개인 통제·감시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와 소통에 의한 신뢰확보방안이 더욱 중요하다. 공익 구현 목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견제장치 등 시민사회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남영준=디지털 기반 의사결정이 일상화돼 정부와 기업, 직장 내 모든 물리적 집회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국민투표는 디지털 혁신으로 모바일이나 인터넷 기반 의사표시로 가능하게 해야한다.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국민 의사 확인을 위한 막대한 인력투입과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주요 사안을 최소한 경비로 직접적 확인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대표에 의한 국민의 의사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는 대의민주주의도 디지털 기반 의사결정 방식으로 변화를 통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
◇김준범=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원격교육,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원격근무는 산업생태계, 조직문화, 관련 기술 성숙도가 전제돼야한다. 아직 전제조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격 근무와 교육이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 교육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높은 수요가 있다. 그러나 국가교육 목적이 단순히 지식 전달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고 교육 관련 다양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격 근무와 유사하게 느린 확산이 예상된다. 원격의료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고령인구의 증가에 대응하고 의료산업 발전과 신종 전염병 대응을 위해서라도 원격의료 체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는 의사가 원격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료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원격으로 상시 진단을 지원하는 체계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은 정부와 기업은 BCP(Business Contingency Plan)을 현실화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위험과 위험에 따른 시나리오에 대비해 비즈니스 연속성을 보장해야 함을 정부 정책담당자와 기업 의사결정권자가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문용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총체적 위기상황에서는 기존 기득권 질서 전면적 재편이 일어나는 이른바 '뉴노멀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교육, 원격진료 등 가속화가 예상된다. 위기상황에서 각 분야 별 준비된 정도가 달라서 민낯이 노출되고 있다. 기업은 비교적 잘 적응하는 반면 학교 등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공공부문도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비접촉 완결형 서비스 제공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국가·사회 디지털 전환 전면화가 불가피해보인다.
◇사회=기업과 정부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 디지털정부 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하는가.
◇문용식=디지털 정부혁신 핵심은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이다.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 특성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한다. 업무재설계(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통해 부처 별 칸막이를 해체하고 기존 관행과 규정을 혁신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잘 개방하고 공유하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 중심으로 부처간 협업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면 부처간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또한 코로나19라는 상황변화에 맞추어 디지털 정부혁신 과제 중에서 비대면 서비스와 행정을 지원하는 과제는 일정을 앞당겨 추진하는 등 디지털 정부혁신의 가속화가 필요하다. 원격근무 지원을 위해 공무원의 컴퓨터 이용환경을 노트북으로 개선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처리 및 협업 시스템 고도화 등 스마트 업무환경 구축하는 과제나, 스마트폰 전자지갑을 통한 전자증명서 발급·유통, 공공부문 자기정보(마이데이터) 관리서비스 등 오프라인 서류 제출을 대신하는 과제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정부혁신 성공을 위해 대통령 관심과 더불어 여러 부처 정책을 조율하는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 민간이 잘하는 분야는 과감하게 주도권을 인정하고, 민간 창의적 기획·기술 역량을 공공부문에서 수용해야한다. 프로젝트 진행과 의사결정 전 과정을 공개하고, 내·외부 요구와 정책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등 오픈소스, 오픈데이터 원칙을 준수해야한다.
◇권헌영=디지털 정부혁신은 정부 역할과 범위를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디지털 정부혁신 과정에서도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정부가 지원하고, 정부 조정이 필요한 영역 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디지털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상설 공론장을 형성해야한다. 정부에 의한 일방향 방식만으로는 디지털 기반 정부혁신을 달성하기 어렵다.
혁신 구현단계에서는 디지털 기술 속성을 반영한 정책설계가 이뤄져야한다.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문제는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특정 분야 전문가와 함께 기술 속성을 이해하고 특정 분야 혁신에 접목하는 기술 전문가가 함께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권력이나 국민의 입장과 반대되는 전통적인 법에 근거하여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늘 새롭고 혁신적인 근거를 찾아 정책을 집행해야한다. 정부 의사결정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시민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한다.
◇김준범=공적마스크 알림서비스와 온라인 개학 두가지 대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목적을 정의하고, 관련 부처과 기업 간 업무조율에만 집중했다. NIA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사회 등 유관기관과 클라우드기업·마스크앱관련 개발기업간 협업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제안요청서(RFP) 또는 유사한 형태 어떠한 가이드도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NIA는 서비스 제공시기와 목표모델만을 민간기업에게 제시했다. 민간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으로 신속하게 서비스를 준비하도록 유관기관과 소통에 집중했다. 이 같은 접근은 사안 긴급성에 의해 불가피하게 조성된 임시적이고 특수 환경이었으나, 향후 디지털정부전환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반영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사회=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정부혁신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국민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주력 보완 혹은 투자해야하는가.
◇남영준=현재까지 디지털 정부는 물리적 형태 정부 역할을 보조하고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앞으로 디지털 정부혁신은 정부업무 수행에 주된 수단이 될 것이다. 국민 동의 없는 혁신은 국민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전자투표를 비롯해 원격의료, 원격교육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수적인 변화 요인에 대해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디지털 정부혁신 지원자로 함께 나가야한다.
이 과정에서 민관 소통이 중요하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정부혁신 워킹그룹'이 대표 사례다. 국민 시각에서 성공적 디지털 정부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민간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국민 시각을 담지 않으면 성공적 디지털 정부혁신은 실현하기 어렵다.
◇권헌영=정부가 디지털 중심 패러다임 전환을 수용하려면 현상 속성을 고려한 세밀한 공론이 선행돼야한다. 어떤 법령에 근거해 시행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집행하는 등 필요한 권한을 적확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야별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하는 흐름을 인식해 부처이기주의를 허물어야한다. 이른바 행정협업에 기반한 정부 내부 혁신을 이뤄야하고, 지역자치, 지역균형 등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 정책 또한 집행해야한다.
정부 부문에 데이터 의사결정 DNA를 심어야한다. 정부 데이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한다. '구글보다 똑똑한 정부' '구글보다 데이터를 잘 쓰는 정부' 등 명확한 목표를 갖고 추진해야 실질적인 디지털 정부혁신이 가능해진다.
◇김준범=범정부 민간 클라우드 도입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행정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기본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한다. 민간부문이 특정 조건과 상황에서는 정부보다 효율적이고, 대규모로 제공 가능한 역량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적마스크나 온라인 개학 사례에서 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상황을 단기적 이벤트 성격 문제로 인식하고 기존 공공 정보화의 거버넌스 체계 속 항목의 하나로 축소시켜선 안된다.
◇남영삼=데이터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이미 민간은 5G 위에서 많은 서비스를 만들고 활용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정부도 정부 단독이 아니라 기술력과 아이디어 있는 민관이 협력해 프로젝트를 시행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민관, 공공기관장, 장관, 대통령 등 누구나 일사천리로 업무 프로세스와 현 상황을 확인하는 실시간 데이터 관리,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문용식=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ICT 분야에 과감하게 재정투자를 확대하는 이른바 '디지털 뉴딜' 추진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비접촉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전자투표, 원격진료 등과 같이 보다 과감한 디지털 정부혁신 과제를 발굴해 추진해야한다. 국가·사회 주요 도메인 별로 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른바 ABC + X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원격교육을 위한 학교 인프라 개선, 실감형 교육컨텐츠 개발, 원격교육시스템·학교 홈페이지 클라우드 전환 등 초·중·고 디지털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유선 중심으로 구축된 국가망을 5세대(G) 기반 디지털 국가망으로 변경해 중앙·지방 정부 행정업무를 모바일 기반 스마트 환경으로 전환하고, 지능형 교통플랫폼, 스마트 SOC, 환경 등 각 분야에서 융합 프로젝트 발굴·확산해야한다. 누구나 차별없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세대·계층간 디지털 격차 해소와 디지털 시민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민적 슬로건을 정부가 제시해야한다.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성공 모델로 부상하기 위해 디지털 네이티브 국가로 탈바꿈해야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얘기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거리두기가 없어진다. 디지털이 중심이라는 슬로건을 정부가 전략적으로 제시하고, 국가와 사회 디지털 전환을 책임질 리더십을 보여줘야한다. 디지털로 다시 사회가 부흥하는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를 한국이 이끌 절호 기회라 생각하고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야할 때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