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죽음에 대한 성찰과 내면 풍경의 표출, 최영 시인 '바람의 귀' 시집 출간

시집 바람의 귀 표지
시집 바람의 귀 표지

요양병원 간병인으로 어려운 삶을 살면서 틈틈이 써온 시를 한권의 시집으로 엮어낸 시인이 있다. 최영 시인은 인생살이 62년 만에 처녀 시집을 출간했다. 가난한 간병인으로 살아온 그는 눈물겨운 사연을 많이 안고 살아온 여인네다. 그 삶의 생채기가 한 권의 시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간병인이라는 극한직업을 가진 그는 주로 요양병원에서 일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요양병원 간병인은 환자와 일상 접촉이 많아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지만, 최영 시인은 온몸을 던져 환자를 돌보는 일에 땀 흘리고 있다.

최영 시인
최영 시인

최영 시인은 전북 무주 출생이다. 신라문학 대상 수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의 '삶의 문학'이라는 모임에서 김용락 시인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며 20년 넘게 매주 1회씩 함께 시를 읽고, 문학이론을 공부했다.

학력은 겨우 초등학교 다닌 게 전부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치며 문학을 공부해 첫 시집 '바람의 귀'를 내놓았다.

이하석 시인은 “그의 시가 소박하지만 정직하며, 솔직한 감정 표현과 개성 넘치는 상상력으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 시인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 시인

#죽음에 대한 성찰과 내면 풍경의 표출, 시어의 민중성!

최영 시인의 첫 시집 '바람의 귀'에는 어려운 삶을 사는 소시민의 비애와 세상을 바라보는 거룩한 시선이 섞여 있다. 시의 화자는 '전봇대 광고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전세 집을 찾아다니면서, '대출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가난한 소시민이다.

또 '집을 나간 어머니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광고를 보고는 '사례금을 얼마나 줄지'(이상「바람」중에서) 궁금해 하며 세속적 관념에 젖어 사는 평범한 여인네다.

세상이 사막이어서 웃어도 슬퍼 보이는 도시 빈민층의 삶을 사는 여자. 아버지는 객지에서 뜻밖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여자.

남편의 술주정에 시달리고, 남편 없이 유복자를 키운 미망인으로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사는 모습 등 핍진한 가족사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면서 인생에 대한 높은 수준의 통찰력이나 참신하고 발랄한 창의성을 드러내는 시인의 시적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 화자는 '수 십 년 읽었어도/또 읽을 것이 있는 이 세상이 나는 좋다'며 자신이 독서가이고 몽상가임을 고백한다.

김용락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내면에 강력하게 넘쳐나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나 고통에 반응하는 심리 내면 풍경의 표출, 그리고 시어의 민중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바람의 귀'(문예미학사)

최영 시집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