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진행 '0'건…DTC 유전자 검사 '규제장벽' 여전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통과 1년
공용 IRB 심사 요건 까다롭고
개인정보 관련 규제 또 다른 '암초'
복지부 "국민 건강 직결…대책 강구"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업을 제대로 한 곳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고도 정부의 시험 절차에 많은 시간이 투여되면서 참여 기업의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 기업은 최근 정부 규제 샌드박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DTC 유전자검사 실증특례 사업 진행에 고심이다. 지난해 초 실증특례를 부여받았지만 아직도 본 사업에 진입하지 못했다. 윤리·과학적 타당성 등을 심사하는 공용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과했지만 개인정보 관련 규제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사업 진행 '0'건…DTC 유전자 검사 '규제장벽' 여전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하고 있는 B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부여받고 5월에 첫 IRB 심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5차 심의를 마쳤으나 결정이 나지 않았고, 6차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대면 심의가 온라인 심의로 바뀌면서 시스템 구축으로 심사 일정이 추가 지연됐다.

또 다른 DTC 관련 참여 기업도 여전히 규제 샌드박스 공용 IRB를 통과하지 못했다. 언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사실상 사업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실증 특례는 규제 샌드박스에서 허용하는 규제 완화의 한 형태다. 새로운 제품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기 위해 제한된 구역·기간·규모 안에서 각종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해 주는 우선 시험·검증 제도다. 실증특례를 통과한 기업은 공용 IRB를 통과한 뒤 구체적인 사업을 실행하게 된다.

문제는 실증특례 대상 기업이 되더라도 공용 IRB가 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이외 갖춰야 할 허가 사항이 많다는 데 있다. 게다가 기업이 초기에 신청한 실증특례보다 적은 항목만 통과되고 있다. 실제 테라젠이텍스는 비만, 영양관리 실증특례 유전자 검사 허용 항목 24개를 신청해 진행했지만 실제 공용 IRB를 통과한 항목은 비만관리(식욕조절, 지방대사, 염증, 당대사, 에너지소모, 스트레스) 6개 항목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공용 IRB에서 실제 질병 발생과 DTC 검사 결과의 연계성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실증특례를 통과하는 항목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력이 지속해서 들어가고 있어 사실상 기대를 내려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건복지부도 해당 사업 진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분야로 공용 IRB 심사 결과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해당 사업 진행 인력 부족까지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IRB에서 요구하는 윤리·과학적 타당성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에 보완 사항을 요청해 와 조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관련 인력까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업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