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출신 솔로가수 핫펠트(HA:TFELT, 박예은)가 인생의 '개와 늑대의 시간(개늑시)'을 솔직하게 그린 첫 정규앨범을 내고 활동에 들어간다. 첫 정규앨범 '1719'를 내놓는 핫펠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규앨범 '1719'는 원더걸스 때부터 현재까지 데뷔 14년차 가수로 활동 중인 핫펠트가 처음 내놓는 솔로 정규앨범이다. 앨범은 새틀라이트(ft. ASH ISLAND), 스윗 센세이션(ft.SOLE) 등을 비롯한 14곡을 수록한 앨범과 함께 그녀만의 감정 서사를 보여주는 한정판 에세이로 구성, 2014년 'Me?'를 시작으로 MEiNE, Denie, 해피 나우(Happy Now) 등에서 보였던 것처럼 자신의 경험 속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2017~2019년 당시 잠겨있던 시간 속에서 떠올린 남모를 가족사와 사랑, 이별 이야기를 트렌디한 음악 속에 날카롭게 표현하면서 대중과 공감하며 스스로의 삶의 활력을 찾아나가려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핫펠트는 인터뷰를 통해 첫 솔로 정규앨범의 감회에 대해 밝혔다.
-데뷔 14년 만에, 솔로로는 6년 만의 첫 정규앨범이다. 감회가 어떤가.
▲솔로 데뷔 이후 6년 만의 첫 정규앨범 '1719'로 인사드리게 됐다. 2017~2019년 사이에 작업했던 음악과 책을 함께 모은 작품으로 준비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애정이 깊다. 기대되기도 설레기도 한다.
-더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 면면을 봤을 때 음악적인 색깔이 한층 짙어진 것 같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도 있고, 원더걸스 10년을 마무리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음악적 색깔이나 삶의 여러 부분에 고민하면서 변화를 겪었다. 복싱이나 발레, 서핑 등 안 했던 것들을 해보면서 보컬도 음악도 자연스럽게 깊어진 듯 하다. 앨범 '1719' 속에 어반R&B를 기반으로 소울·록적인 요소들을 가미해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이러한 부분도 나타내고자 했다.
-앨범 트랙이나 책 속에서 핫펠트의 감정 서사가 느껴진다. 앨범 곡들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가.
▲17~19세 사춘기나 17~19시 어스름한 시간을 테마로 2017~2019년 작업했던 음악과 책으로 지금 제 전부를 녹여내고자 했다. 반 정도는 2017년 뉴욕에서 이우민 프로듀서와 송 캠프를 진행하면서 만든 곡들이고, 반은 JYP 소속 당시 인연이 있던 프란츠 프로듀서, 아메바컬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한 곡이다.
-정규앨범의 무게감만큼 타이틀도 두 곡이다. 소개하자면.
▲'스윗 센세이션'은 밝은 곡이지만 마음이 어두울 때 작업한 작품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시기에 내적 댄스를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소속사 식구인 솔(SOLE)이 브릿지를 만들어줘서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새틀라이트'는 인공위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제 자신을 비롯한 꿈꾸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영화 '김씨표류기'를 오마주한 뮤비와 마찬가지로 타인으로부터 괴리돼 표류하는 듯했던 시기를 묘사하고 있다.
이들 모두 기존 솔로 앨범에서 보였던 스토리 중심의 음악 구성과 함께 수록곡 블루버드를 비롯한 앨범 전체곡과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하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작품이다.
-곡 자체의 느낌은 트렌디한데 가사는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다크한 느낌이다. 이러한 대조적인 표현은 의도적인 것인가.
▲의도적이지는 않으나 제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다. 가사는 비유 또는 직설적으로 쓰면서 감정적인 것은 사운드 요소로 표현하곤 한다. 일례로 타이틀곡 중 하나인 '새틀라이트'는 비유적인 가사와 함께 808 베이스와 일렉트로 사운드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감성적인 면모를 표현했다.
-앨범과 함께 에세이급 스토리북을 함께 낸 이유는 무엇인가.
▲2019년 끝날 때쯤 앨범 준비가 다 됐다라고 생각했을 때 일련의 스토리들을 직접 썼던 글과 함께 책으로 전달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스토리북을 보면 알려지기 꺼려할 만한 가족사나 연애, 이별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정은 어떤가.
▲저뿐만 아니라 가족 이야기가 있기에 다소 두려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안으로 쌓아놓으면서 감정적으로 곪아가는 모습이 스스로 눈에 보였다. 이를 해소하고자 2018년 중반쯤 심리상담 선생님의 조언으로 써왔던 글을 공개할 뜻을 가족과 친구, 회사 모두에게 전했다. 다들 지지해주시더라.
어머니나 동생은 장문의 글과 함께 힘과 감동을 줬고, 언니는 장·단점을 딱 써서 이성적으로 응원을 보내줬다. 다이나믹 듀오 최자·개코오빠를 비롯한 동료들이 음악과 함께 글에 대해서 좋게 평가해줬다. 더 큰 상처가 될까 걱정한 바도 있지만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나왔을때는 후련해지지 않을까 한다.
-앨범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많은 분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픈 부분을 보이지 않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의 꾸며진 모습을 전시하면서 괴리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으시더라. 앨범은 특별히 제 자신이 아프고 힘들다거나 불쌍하다는 것이 아니고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음악과 글로 표현한 것이다. 저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겪을 수 있는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한다.
-앨범 전체적으로 삶의 어두운 면을 털어내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곧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꿈꾸는 것 같은데.
▲맞다. 그동안의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만들어진 무거운 음악을 선보이며 확실히 털어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앨범과 함께 다 털어내면서 당당한 여성 뮤지션으로서 모습을 더욱 많이 보여드리고자 한다. '해피 나우' 같은 음악과 함께 펑키나 하우스 디스코풍을 가미한 댄서블한 음악으로 좀 더 다가설 것이다.
-앨범 준비하면서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관점도 좀 달라졌으리라 본다. 아티스트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아트를 하고 있다면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요리하시는 분도, 환경미화원분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기에 스스로의 기준과 벽을 높이는 듯하다. 나 자신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음악하고 싶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앨범 활동과 추후 계획은.
▲그동안의 인연이 모여서 순리대로 정규 앨범을 만들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앨범은 듣는 음악 위주 앨범이라 음악방송은 안 하겠지만 예능 프로그램 또는 라디오 출연으로 인사드릴 것이다. 또 온라인 북토크와 단독 유튜브채널을 통해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소통할 계획이다. 올해는 싱글·미니 등 적극적인 앨범 활동과 함께 피처링과 같은 외부 음악작업도 많이 하고자 한다. 또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된다는 가정 하에 단독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팬과 대중에게 한마디.
▲팬에게는 2017년부터 낸다고 했던 정규앨범이 늦어져서 죄송하고 늘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대중에게는 어렵고 낯선 앨범일 수 있으나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한다. 책도 한 번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많이 인사드리기는 어렵겠으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