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 비축시설 대여료를 한시 인하하는 등 정유업계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는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국내 정유사를 위해 극약처방에 나선 것이다.
2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유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주재하고 “위기를 조기 극복할 수 있도록 조치 가능한 지원 수단을 지속 발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장관이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류열 에쓰오일 사장 등 정유업계 CEO들과 머리를 맞댄 것은 처음이다.
성 장관은 “정유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 수출액은 406억원으로 우리나라 산업 수출 품목 가운데 5위에 해당하고,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다”면서 “다만 최근 국제 석유 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코로나19로 사상 최대 규모로 수요가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올해 1분기 정유 4사는 2조5000억~3조원 대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정제마진은 3월 셋째 주부터 이달 셋째 주까지 5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 갔다.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석유제품이 원유보다 싸다는 의미로, 공장을 돌릴수록 정유사의 손해는 커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38달러 수준으로 예측, 2분기까지 국내외 석유 산업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성 장관은 정유업계 추가 지원 방안으로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 유예 △대규모 석유저장시설 개방검사 유예 등을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산업부는 △석유수입·판매부과금 및 관세 각각 90일, 2개월 납부 유예 △석유공사 여유 비축시설 임대 △전략비축유 조기 추가 구매 등 지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유업계 CEO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세금 납부 유예 등 정부 지원 정책이 크게 도움이 됐다면서 업계도 공장 가동률 축소와 경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EO들은 세계 석유 급감으로 수출 비중이 높아 당분간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 정부가 지속 지원 방안을 검토해 주길 기대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산업부에서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했다”면서 “오늘 건의한 업계 애로사항을 신중히 검토하고 많이 돕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던 것처럼 업계가 힘을 합치고 정부 지원을 받아 (현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면서 “정유업이 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업계 스스로도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