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세계를 어쩔 수 없이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급변화에 맞설 수 있는 해결책이 보인다. 그 해결책은 대부분 그동안 논의해 온 디지털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는 디지털 전환을 더 빨리 진행, 앞으로 예견되는 유사 사태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세계를 살펴보면 급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나라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중국, 독일, 한국 정도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는 세계 질서 파수꾼 역할을 포기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역량과 세계 금융 중심 역할에 힘입어 당분간 어느 나라보다 앞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중국은 현 체제에 기술전체주의(Techno-totalitarianism)가 팽배, 범정부 차원에서 이런 변화를 수행하기에 가장 빠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기술전체주의에 대한 사회 저항이 커질 것이고, 여러 걸림돌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디지털 전환 기술과 사회 수용성에서 가능성이 엿보이는 국가로 꼽힌다. 이외에 일본이 있지만 좋은 기술력에 비해 변화 속도가 더디다는 점에서 이런 급격한 경쟁에서는 앞서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급변화의 경쟁에서 이들 국가와 함께 앞서 나갈 수 있는 저력과 저변을 갖춘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한국일 것이다. 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엄청난 기술력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로 거의 감당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이런 급변화에 대한 앞선 도전과 적응 능력이다. 이 능력에서는 한국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돼 왔다.
대응 속도도 마찬가지다. 사회 대응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는 안정성이라는 명목 아래 개발과 임상에 오랜 시간을 끄는 관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줄이라는 사회 요구가 빗발친다. 디지털 전환을 활용하면 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의 실시간 협력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시뮬레이션으로 가능하다. 이런 빠른 대응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에서도 한국만큼 앞서는 나라가 없다.
AC(애프터 코로나) 시대에서는 모든 나라에 정치·사회·경제 불안 요소가 팽배해 있고, 그게 언제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모른다. 만약 한국이 기술력, 도전 정신, 사회 합의를 바탕으로 요구되는 변화에 앞서 대응하고 조율해 나간다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경제 선두권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비록 그 기회가 어쩔 수 없이 주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잘 살려서 한국을 AC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만들어야 하겠다.
최두환 포스코 ICT 경영고문 dwight_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