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 이후 수소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뿐만 아니라 우려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수소에너지 사회로 가면 기존 화석연료사용으로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수소생산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 될 수 있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스러웠으리라 생각한다.
수소전기차가 달리면서 미세먼지는 사라지고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고 한들, 사용 원료인 수소의 제조 과정에서 다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수소경제사회가 청정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소 생산 방식은 크게 '개질수소'와 '수전해수소'로 구분할 수 있다. 개질수소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와 수증기를 서로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해내는 방법으로, 현재까지 수소생산 기술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대량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CO₂가 배출되기는 하지만 수소전기차 운행까지 전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비교해보면 가솔린 자동차 대비 약 60% 수준까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수소생산 과정 중 발생한 CO₂도 기존 화석연료 연소 공정보다도 훨씬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 분리 및 포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친환경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수소경제의 기반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인 수전해수소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써 생산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 선도국들도 가격 저감을 위한 수전해 수소생산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제성 평가에 의하면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수전해 장치의 수소생산단가는 운전시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으나 그린수소생산의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치가격의 저감 뿐만 아니라 전기를 적게 사용 하도록 전력소모량을 감소시키는 기술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분석 결과를 얻었다.
현재 수전해 기술은 유럽과 미국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넬(NEL·노르웨이), 텔레다인(미국), 맥피(프랑스), ETOGAS(덴마크), 하이드로제닉스(캐나다), 그린하이드로젠(덴마크), 인앱터(이탈리아) 등이 있다. 특히 넬은 전력소모량이 49kWh/kg-H2인 상용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유럽연합 수소연료전지 과제 운영기관인 FCH2JU에서는 알칼라인 수전해 운전전류밀도를 2024년까지 0.7A/㎠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국내에서는 수소에너젠이 57kWh/kg-H2로 국내 기업 중 가장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해외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크고 주요 핵심 소재들도 모두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연은 이미 차세대 수소에너지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2019년부터는 재생에너지를 연계해 안전성, 효율, 운전전류밀도 향상을 위한 알칼라인 수전해 핵심기술개발 연구단을 운영해 전력소모량 51kWh/kg-H2, 운전전류밀도 0.6A/㎠의 세계 최고수준 단위전지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확보된 기술로 세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1건의 기술이전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개발된 원천기술들을 바탕으로 상반기내에 대면적 스택을 실증할 계획이다. 따라서 2022년에는 주요 핵심기술을 국산화하고, 2025년에는 기술추격형에서 기술선도형 전환을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 chk14@kier.re.kr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