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20년만 첫 적자…1분기 영업손실 668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호텔신라가 코로나19 타격에 20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마저 1조원을 하회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사업 매출이 급감했고 고정비 부담으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6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9437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29.7%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735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와 호텔 두 사업부문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끊기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손실률은 7.1%에 달한다. 분기 보고서 제출을 시작한 2000년 이후 80분기 연속 이어온 흑자 행진도 멈췄다.

호텔신라는 면세사업에서만 49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봤다. 손실 대부분은 공항점에서 나왔다. 공항점 매출이 42.4% 줄었고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호텔·레저 부문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숙률이 급감하며 1분기 영업손실 1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173억원 늘었다. 서울 신라호텔은 작년 1분기 70%였던 투숙률이 올해 1분기에는 44%으로 곤두박질쳤고, 제주 신라호텔도 투숙률이 91%에서 61%로 30%포인트 급감했다.

호텔신라 전사 영업실적(2020년 1분기 연결기준)
호텔신라 전사 영업실적(2020년 1분기 연결기준)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매출에 따른 변동비 비중이 큰 사업인데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차료·급여 등 고정비 비중이 상승하면서 손익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발(發) 실적 쇼크도 본격화됐다. 실적 발표를 앞둔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면세사업 적자가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확산된 2분기에는 적자폭이 확대될 예정이다.

호텔신라 측은 “2분기에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적극적 대응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신라는 4월부터 제주점을 열흘간 문 닫고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하며 고정비 절감에 나섰지만 실적 개선은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지원책으로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6개월간 20% 감면키로 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내년도 감면분 포기 단서를 달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장 이달에만 대기업 면세점들은 공항점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