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업계에 코로나19발(發) 실적 쇼크가 본격화됐다. 호텔신라는 20년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사업 매출이 급감했고 고정비 부담으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업계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공항 임대료 추가 감면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공항은 재정 악화로 지원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탈출구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6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작년 동기대비 29.7% 감소한 9437억원에 그쳤다.
2000년 이후 80분기 연속 이어온 흑자 행진도 멈췄다. 면세와 호텔 두 사업부문 모두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공항점 매출이 42.4% 줄면서 면세사업에서만 490억원 적자를 냈다. 임차료 등 높은 고정비 부담이 이어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매출에 따른 변동비 비중이 큰 사업인데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차료·급여 등 고정비 비중이 상승하면서 손익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면세사업에서 적자가 예상된다. 비상장사 호텔롯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확산된 2분기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자진 휴업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적 개선은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사상 최악의 위기에도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6개월간 20% 감면키로 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내년도 감면분 포기 단서를 달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장 이달에만 대기업 면세점들은 공항 사업장에서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9월 시작되는 제4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도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협대상자로 선정된 롯데, 신라면세점과 그랜드관광호텔, 시티플러스 등 4곳이 사업권 포기를 결정했다.
업계는 해외 주요 공항 같은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8월까지 고정 임대료를 50% 감면했고, 홍콩 쳅락콕 공항 역시 3개월간 임대료 70%를 감면해주기로 결정했다. 미국 LA국제공항도 고정 임대료 형식을 매출 연동제로 변경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악화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600억원 흑자를 낸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163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미 최대 규모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지원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22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면세점업을 추가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에만 840억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납부해야 하는 면세업계는 임대료 감면이 가장 절실한 지원책이라는 주장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더 많은 기업이 무너질 것”이라며 “기업 어려움을 감안해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