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연재해라고 하면 태풍·지진·가뭄·화산폭발 등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대표되는 바이러스가 팬데믹화 돼 자연재해로 인정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처가 가능한 바이러스성 재해와 달리 태풍·지진·화산 재해 등은 순간적 파급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진과 같은 지질재해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은 다소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은 국민의 경각심을 새롭게 일깨워준 전환점이 됐다.
사실 우리나라는 백두산을 제외하고 분화가능성이 있는 활화산이 없어, 위험이 매우 낮다. 그러나 발생 확률이 낮아도 그 피해는 대재앙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점이 분화가능성이 상존하는 백두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백두산은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판내부 활화산이다. 백두산에서는 10세기 대규모 분화(천년대분화) 이후 매 세기 분화가 일어났으며, 마지막으로 1903년 소규모 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46년 천년대분화는 2010년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1000배 규모로 추정되며, 백두산 천지도 이때 최종적으로 형성됐다. 화산재는 동해를 거쳐 일본 일대와 멀리 그린란드까지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는 것은 '백두산이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폭발할 것인가'다. 전문가들은 2002~2005년 사이 백두산 근방지진 증가, 화산체 변형, 화산가스 변화 등 화산분화 전조현상이 관찰된 것을 증거로 백두산 화산 분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백두산 화산연구에 대한 필요성 또한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다.
백두산의 분화가능성을 평가하려면 화산체 하부에 존재하는 마그마 방의 특성과 마그마 배관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 화산폭발에 효과적으로 대비·대응하려면 체계적인 화산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1월 백두산 화산연구 전문·전담 조직인 백두산화산연구단을 신설했다. 연구단은 남북관계 등 상황 진전으로 백두산 남북공동연구가 실현될 때를 대비, 화산연구역량과 연구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울릉도, 탄자니아, 남극 등 화산체를 대상으로 마그마 방 및 마그마 배관구조 특성 영상화 기술과 화산감시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백두산 화산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중국 정치적 환경변화로 연구 추진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과 중국 협조 없이 백두산을 직접 관측·탐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지질연은 수년 전 중국과 백두산 공동연구를 추진했으나, 중국의 비협조로 원활한 조사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경험이 있다.
백두산 남북공동연구 필요성은 남북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공동연구가 논의되고 있으나, 남북관계 부침으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백두산 화산 폭발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패턴을 180도 변화시켰다면, 화산 폭발은 그 변화 시간조차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국내외 채널을 이용한 민간 차원의 백두산 남북 공동 화산연구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백두산화산연구단장) leesr@kiga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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