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로 중대형 파우치만 써 오던 현대차가 미국 테슬라처럼 원통형 소형전지 채용 검토에 착수했다. 각형 또는 파우치 방식만 채용해 온 전통의 완성차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다.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에 대비한 배터리 공급 유연성 확보와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현대차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LG화학과 리튬이온 원통형 소형전지(규격 21700) 채용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테스트에 착수했다.
주로 전동공구·전기자전거 등에 쓰이는 원통형(규격 18650) 소형전지는 테슬라가 전기차에 탑재하면서 완성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기존 원통형 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뛰어난 상위 버전인 '규격 21700' 제품을 개발, 차량에 적용하면서 상품성을 입증했다.
다만 원통형 전지는 기존 각형 또는 파우치 방식의 중대형 배터리에 비해 가격은 20~30% 저렴하지만 저전압의 수백~수천개 단셀을 제어, 고전압의 '중대형 전지화'를 해야 하는 기술상의 어려움이 있다.
전지업체로서는 새로운 기술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완성차 업체도 기존 파우치 방식을 사용해 온 배터리 시스템 구조나 기능 설계를 새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LG화학의 TF도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차에 원통형 전지 사용을 선택하더라도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데는 1~2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는 현대차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파우치에서 원통형까지 채용한다면 향후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큰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형 원통형, 중대형 각형 또는 파우치형을 동시에 자유롭게 쓰는 완성차 업체는 아직 없다”면서 “현대차가 원통형 전지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가장 앞선 배터리 공용 플랫폼 기술을 갖춘 완성차 업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는 “다양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도전적 행보”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시장을 대비해 기존 파우치뿐만 아니라 원통형 전지 등 다양한 방식의 배터리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