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황금연휴 특수에 면세업계 시름도 깊어졌다. 예년 같았으면 중국 노동절과 일본 골든위크가 이어지는 5월초 몰려드는 방한 관광객으로 대목을 누렸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관련 특수가 실종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노동절과 골든위크 시즌에도 관련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정기 프로모션만 진행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롯데면세점은 골든위크 기간에 맞춰 일본인 고객에게 선불카드를 지급하고 신라면세점도 골드 멤버십 카드를 제공했지만 올해는 이 같은 프로모션 자체가 실종됐다.
신라면세점은 인터넷면세점 중문몰에서 보너스 포인트 지급 행사 등 일상적으로 진행해온 이벤트 외에 방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은 자취를 감췄다. 롯데면세점 측도 정기 프로모션 외에 황금연휴를 타깃으로 한 행사는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국내 면세점에서 4~5월 일본 고객 매출의 30% 이상이 골든위크 기간에 발생한다. 올해도 이달 6일까지 최장 8일간의 골든위크 연휴가 이어졌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가 의무화되면서 방한 관광이 불가능해졌다.
중국 역시 노동절 연휴(5월 1~5일) 기간 늘어난 내국 여행객과 달리 방한 관광 수요는 뚝 끊겼다. 지난해 5월 방한 관광객이 20% 늘어난 149만명에 달하며 국내 면세점들이 특수를 누렸던 것을 감안하면 체감 타격이 더 크다.
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이 면세점을 방문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 자체가 차단되면서 이벤트를 진행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5월초 황금연휴 특수가 통째로 사라져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58만7879명으로 직전 2월 대비 66.4% 줄었다. 방문객이 줄면서 매출도 내리막을 걸었다. 3월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지난해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중국인 보따리상 대량 구매가 이뤄졌지만 격리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마저도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그나마 창고에 쌓인 악성재고를 국내를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관세청은 6개월 이상된 면세점 재고 물품을 수입통관을 거쳐 아울렛 등에서 판매하는 것을 한시 허용했다. 이번 조치로 국내 면세점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 중 20%가량을 소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1600억원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된다.
현재 면세업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 위기를 겪고 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지난 1분기 2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신세계는 100% 자회사 신세계디에프에 2959억원 규모의 현금·현물을 출자했다. 위기에 놓인 면세점에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고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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