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업 반열에 올랐던 '대우(DAEWOO)' 상표의 외국 기업 사용 가능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기업의 당연한 권리 행사와 국가 대표 브랜드 훼손에 대한 우려가 충돌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상표권을 가져간 ㈜대우인터내셔널을 이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대우전자의 가전부문을 이은 위니아대우 간 분쟁이다.
상표권을 가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오히려 더 많은 브랜드 홍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우 상표로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영업을 이어오던 위니아대우는 이미지 중복이나 훼손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6월말 양사간 상표 사용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양측의 논리가 더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다.
쟁점은 '프랜차이즈와 같다 vs 메이드 인 코리아다'는 양측의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 쟁점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대우 브랜드 해외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월 24일 위니아대우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상대로 법원에 '대우 브랜드 해외사용권 계약 제3자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이후 상표권 사용계약을 둘러싼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대우 브랜드를 해외 업체가 사용하도록 허용해도 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위니아대우의 대우 브랜드 사용계약이 만료되는 6월 말까지 두 달 간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과 중국, 터키 업체가 대우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전신인 주식회사 대우부터 상표권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 브랜드 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상표 정체성이다. 1984년 이후 40여년 간 한국 간판 브랜드로 인식된 대우 상표를 해외 업체가 사용한다면, 이는 글로벌 소비자에 대한 '기만'에 가깝다는 게 위니아대우 측 주장이다. 해외 가전업체가 대우 상표를 사용한다면 제품이 겹치는 위니아대우가 손해를 볼 여지도 있다. 더욱이 수십 년 간 쌓아온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위니아대우는 대우전자 시절인 1990년 이후 30여년 간 해외에 대우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370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우 상표를 더욱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대우 상표의 사용권을 주는 것이 대우 브랜드 글로벌화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소유권을 유지한 상태로 사용권만 빌려주는 것이어서, 국부를 유출하는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상표를 관리하듯 아무에게나 사용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상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사용권 임대는 문제가 없다”면서 “사내에 대우 상표를 등록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담부서가 별도로 있어 세계 160여개국 상표권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니아대우 관계자는 “만약 중국 업체가 대우 브랜드를 사용한다면 제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글로벌 소비자는 '메이드 인 코리아'처럼 인식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고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