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선물 대규모 손실에 대안으로 떠오른 'MLP'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사상 첫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고 다시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MLP(미국 셰일가스 마스터합자회사, Master Limited Partnerships)가 유가투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 원유선물 대비 유가 변동성 영향이 덜하고 이미 바닥 수준을 형성한 만큼 향후 미국 셰일가스나 오일 생산량이 증가할 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MLP에는 원유 정제·저장·운송·유통·판매사, 송유관, 원유나 천연가스용 송유관, 송유관 운송 등 원유 미드스트림(Midstream)에 해당하는 기업이 속해 있다. 부동산이나 건물 등에 투자하는 리츠(REITs)처럼 조세가능 이익에서 약정된 비율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인프라산업 특성상 배당성향이 높아 리츠, 배당우선주 등과 함께 고배당 상품군으로 꼽힌다.

MLP는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사전 설비용량을 계약하고 이에 따른 고정 운송료를 토대로 수송량이 증가하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직접 원유를 생산하는 업스트림 원유 생산업체와 달리 원유가격과 상관관계가 낮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배당수익이 높고 장기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유가 폭락으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WTI 원유선물 ETF·ETN의 경우 근월물을 차월물로 바꾸는데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 원유 시장가격과 지표가치(기초자산)간 괴리율 등으로 인해 전액 손실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이 30% 이상이면 3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하도록 조치했다. 미국에서는 원유 관련 ETF와 ETN 상품이 조기 청산되기도 했다.

원유선물이 아닌 현재 유가에 투자하는 상장지수 상품은 없다. MLP ETF나 MLP 펀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가 변동성 영향을 받지만 최근 유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중장기로 유가가 오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MLP 상품이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4월 원월물 유가선물이 -26% 하락했지만 MLP 인덱스는 40%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화 MLP 펀드'도 이달 30%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한화자산운용 멀티에셋팀 차장은 “MLP 시장의 장기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되 원유 파생상품의 가격 괴리율, 롤오버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유가와 관련있는 미국 MLP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며 “최근 주가 조정으로 MLP 밸류에이션은 10년 내 최저치여서 유가 약세가 완화되면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한 달 수익률은 지난달 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기술적 반등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원자재 수요 위축과 원유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MLP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