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를 허용한다면 영상진료나 모니터링 외에 다른 형태의 창의적인 사업모델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수익모델 혁신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료전달체계와 수가 정상화 논의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파트너는 원격진료 이슈를 한국의 의료시스템 전반과 비대면 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 DHP를 공동 창업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다. DHP는 국내 최초 원격 영상진료 서비스를 출시한 메디히어의 투자사이기도 하다.
그는 “나라별 원격진료 현황도 천차만별이고 세부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현재는 각자 얘기하는 원격진료 범주가 달라 논의가 어렵다”면서 “원격진료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도 중요한 이슈지만 누가,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표>원격진료 방식에 대한 논의의 범주 (자료:최윤섭 대표)
최 대표는 지난 2월 전화상담과 처방 허용 이후 실제 이뤄진 10만건 이상 원격진료 데이터가 정책적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그는 “데이터를 근거로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이나 사고가 있었는지, 환자들이 실제로 대형 병원으로 몰렸는지, 의료진과 환자의 만족도는 어떤지 체크해야 한다”면서 “위험을 낮추고 효용을 높이기 위해 의대에 원격의료 세부전공을 만들거나 트레이닝 과정, 인증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신종 감염병 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화진료나 영상진료 같은 좁은 의미의 원격의료 논의를 원격 모니터링 체계 같은 넓은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감염병 상황에 소외되기 쉬운 만성질환 환자를 비대면으로 확장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DTx)도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최 대표는 “지역별 발열과 호흡기 증상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중앙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과 대응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면서 “개인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체온 데이터가 중앙에 모이면 지역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나 빅브라더 이슈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지만 전 국민에 대해 발열이나 질병 상황을 실시간으로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은 갖춰져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격진료와 원격 모니터링 등 비대면 진료 허용과 함께 국가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봤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감기만 걸려도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 현실로 의료전달체계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감염병은 물리적인 위치에 따라 퍼져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역 의료체계를 기반으로 대비해야 하고 원격 모니터링 데이터 역시 중앙에 모두 모이면 파악이 쉽지 않은 만큼 지역에 있는 1차병원 전문의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