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가정의 달 특수 누린 백화점, 모처럼 웃었다

황금연휴 기간 실적 반등 성공
교외형 아웃렛도 매출 급증
해외명품, 아웃도어 상품군 인기

지난 5일 롯데아울렛 기흥점이 어린이날을 맞아 교외로 쇼핑을 나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5일 롯데아울렛 기흥점이 어린이날을 맞아 교외로 쇼핑을 나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최장 엿새간 이어진 연휴기간 백화점 업계가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보복소비 심리와 가정의 달 선물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다. 해외명품과 가구·가전 등 고단가 상품군 판매가 늘며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 모두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어진 6일간의 황금연휴 동안 전년 동기대비 한 자릿수 신장률을 거뒀다. 3월 백화점 매출이 40.3% 급감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소비 회복세다.

연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작년 동기(5월1~6일) 대비 3.2% 늘며 소비 반등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매출이 각각 7.5%, 2.6% 신장했다.

해외명품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 증가했다. 해외여행을 위해 모아뒀던 여윳돈의 잠재적 수요가 명품을 통한 보복소비로 발현됐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고단가 명품 매출이 23.5%, 20.3% 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명품뿐 아니라 다른 상품군 매출도 늘었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며 늘어난 나들이 수요에 신세계백화점 아웃도어 매출은 27.3% 늘었고, 리빙 상품군도 40.1%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생활가전 매출이 34.0% 늘었다.

특히 도심 외곽에 위치한 교외형 아울렛은 황금연휴 수혜를 톡톡히 봤다. 롯데는 나들이객이 몰리면서 교외형 아울렛 6개점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23.5% 급증했다. 현대아울렛도 같은 기간 매출이 21.3% 늘었다. 특히 교외형 프리미엄아울렛(김포·송도점)의 경우 31.1%나 증가하며 완연한 소비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5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명품 매장에 쇼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지난 5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명품 매장에 쇼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번 연휴를 통해 예년도 수준을 회복하는데 성공한 백화점 업계는 45일간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6일부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됨에 따라 본격적 소비 회복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연휴 특수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역성장하며 부진을 면치 못한 식품과 남성·여성패션 상품군 역시 완화된 방역 지침과 이연된 신학기 수요에 따라 점차 회복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연휴 이후에도 5월 내내 나들이 관련 상품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면서 “이번 주말부터 강남점에서는 캠핑용품 행사를 대구점에서는 아웃도어 할인 행사를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작년 수준의 소비 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연휴 기간 공휴일이 작년 기준보다 하루 많았던 만큼 백화점 신장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유통 산업의 경우 국내 확진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2분기 이후에는 점진적 실적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고착화된 온라인 소비와 출혈경쟁 중심의 사업환경 등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수익창출력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비 확산, 확진자 방문에 따른 방역과 임시휴업 등으로 유통업계 1분기 실적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중 고가품 위주의 상품구성과 여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백화점의 실적 저하 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세계는 1분기 매출이 12.7% 감소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80%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