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던 지난달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영국· 이탈리아·스페인은 전년 동기 대비 97%나 빠졌고, 프랑스는 89% 급감했다. 미국은 53% 판매량이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 등 해외 시장 판매 부진이 최소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해외 판매량이 각각 70%·55% 감소했지만, 내수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며 다른 경쟁사에 비하면 선방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은 4월 한달 동안 4321대의 신차가 팔리며 전년 대비(16.1만대) 97.3% 감소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각각 판매량 4325대, 4163대로 96.5%, 97.5%나 줄었다. 프랑스는 전년 동기 대비 88.8% 감소한 2만997대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 모두 역사상 최저 판매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가 별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된 데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ACEA)는 4월 말 기준 유럽 내 최소 1900만대의 차량 생산 손실을 입었고,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 1138만명 이상이 고용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중남미 등 다른 지역 자동차 시장도 크게 저조했다. 미국의 4월 전체 자동차 판매는 작년에 약 133만대에서 53% 떨어진 63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이 자동차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도 시장은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이 0대를 기록했다.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한 국가 봉쇄 조치로 생산·판매망이 모두 멈춰선 탓이다. 브라질 역시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이 5만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7%나 감소했다.
반면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판매 급감에도 불구하고, 신차효과로 비교적 선방했다.
현대차는 4월 15만9079대(국내 7만1042대 포함)를 판매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국내는 0.5%, 해외는 70.4% 감소했다. 기아차는 13만4216대(국내 5만361대)를 판매해 국내는 19.9% 증가했고, 해외는 54.9%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산 차질과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했다”면서 “유례 없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자동차 수출액은 23억9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6.3%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6월(38.1% 감소) 이후 10년10개월 만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