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그룹이 3월 26일부터 운항을 중단한 항공기 유지와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에어아시아는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국내선 운항을 재개했다.
반야트 한사쿨 에어아시아 엔지니어팀 최고 책임자는 “하늘길이 다시 열리는 날 항공기가 최상의 상태로 이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면서 “휴면 중이더라도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항공기를 유지하기 데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휴 결정이 내려지면서 에어아시아 엔지니어팀이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282대에 달하는 항공기를 어디에 주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에어아시아는 고민 끝에 주요 허브공항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화물 터미널과 방콕 돈므앙 공항을 주요 주차 공간으로 삼고, 부족한 공간은 푸켓 국제공항과 우타파오 국제공항을 활용하기로 했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규정한 항공기 유지보수 매뉴얼에 따르면 항공기 정비는 주차기간이 1개월 미만 또는 1~6개월, 6~12개월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대다수 에어아시아 항공기 주차기간은 1개월 미만과 1~6개월로 분류됐다. 주차 거점별로 몇몇 항공기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난구호 임무, 화물 및 전세기로 운항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
주차된 항공기는 안전성과 내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는 작업과 항공기가 언제든 운항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계 및 시스템 점검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휴면 초기 진행된 작업 중 하나는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엔진과 보조 동력 장치 입구 및 출구를 비롯해 각종 비행 데이터 탐침 등을 매뉴얼에 지정된 덮개를 사용해 씌우는 일이다. 동체 외부에 불필요한 잔여물이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 청소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오일 누출 등 이상징후를 상시 점검한다.
반야트는 “3월 운휴 결정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돈므앙 공항에 주차해둔 A330 기종의 한 비행기 날개 아래에서 새 둥지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면서 “항공사에 가끔 있는 일이었지만, 관계 당국과 협력해 불쑥 찾아온 특별한 손님을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대피시켰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주차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공기 바퀴 상태 점검도 이뤄진다. 항공기 타이어가 평평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인기기를 활용해 임의로 항공기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항공기를 잭으로 고정해 타이어에 가해지는 압력을 해제하는 작업 등이다.
항공기 엔진과 보조 동력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고, 장기 주차에 대비해 항공기 설정을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다. 공기 밸브를 비롯해 동체 곳곳에 있는 공기 유입구를 닫아두기 위해 디치모드(기내로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줌)를 활성화하고, 탐침과 창문 난방 시스템 연결을 해제해 비행 데이터 탐침 커버거 녹슬지 않도록 하는 작업 등이 해당된다. 대대적 기내 청소도 실시하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