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우(DAEWOO) 상표권 분쟁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위니아대우가 '대우(DAEWOO)'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두 업체의 주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요점은 사용료 갈등이다. 대우 상표를 소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이용료를 내고 상표를 사용하는 위니아대우 간 비용 문제다.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법원 판결이 나오면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대우 상표권 분쟁에 한마디를 보태고 싶은 것은 사안의 특이성 때문이다.

위니아대우 전신인 대우전자는 대우그룹 시절인 1984년부터 세계 각국에 대우전자 상표권을 등록했다. 1987년부터는 대우그룹 소속이던 '주식회사 대우'가 해외 대우 상표권을 관리하게 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대우는 우리 국민에게 '글로벌 경영'이 무엇인지 앞서서 보여 준 브랜드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갈등이 싹텄다. 이때부터 대우 상표를 사용할 때 사용료를 내도록 채권단이 결정한 것이다. 대우전자와 이를 인수한 기업이 2003~2018년에 대우 상표 사용료로 낸 금액은 356억원에 이른다. 현재 대우상표권 관리를 주식회사 대우의 뒤를 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위니아대우 등 아직 여러 기업이 대우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해외 업체에 대우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대우의 '브랜드 인 코리아' 정체성 자체가 흔들린다. 만약 국내 업체와 사용 계약 연장이 불발되고 해외 업체만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대우전자와 이를 이은 기업은 30여년 동안 대우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3700억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유권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있지만 상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오히려 사용한 업체가 더 많이 한 셈이다. 정서상으로는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애국심에 호소하며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지난 30여년 세월을 감안할 때 '대우=코리아' 정체성이 흔들린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