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맥캘란', 과징금 철퇴에 '위장 철수·부당해고' 의혹

노동규 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이사(디앤피 스피리츠 대표이사)
노동규 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이사(디앤피 스피리츠 대표이사)

30년 만에 한국 법인을 철수한 영국 위스키 업체 에드링턴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에드링턴코리아는 2월 법인 철수를 공식화 하기 전 노동규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설립한 신생 법인에 '맥캘란' 독점 유통 판권을 넘겨 위장 철수 의혹이 일었다. 노 전 대표는 법인 철수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신규 법인을 설립해 맥캘란 판권 확보를 사전에 준비한 정황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표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여러 흑색선전이 있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노 전 대표가 11월 '디앤피 스피리츠' 법인을 설립하고 한달 뒤 12월에는 'dnpspirits . com' 도메인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록자는 에드링턴코리아의 한 모 재경총괄로 노 전 대표의 심복으로 알려졌다. 재무와 경영을 총괄하는 담당자가 법인 철수 전 대표이사의 신생법인 도매인을 직접 등록한 배경에 의구심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위장 철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드링턴코리아는 맥캘란 등 특별한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연간 매출 25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효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규 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가 설립해 맥캘란 판권을 보유한 신생법인 디앤피 스피리츠 로고
노동규 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가 설립해 맥캘란 판권을 보유한 신생법인 디앤피 스피리츠 로고

사정당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에드링턴코리아가 과징금 철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위장 철수와 부당해고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주요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에드링턴코리아는 수년 간 수입신고가를 낮게 신고해 2018년 말 인천관세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확인 됐다. 적발 당해연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아닌 5년치가 소급 적용돼 회사 연간 영업이익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당 과징금이 회사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해 법인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위스키를 취급하는 특성상 수입신고가를 낮게 신고하고 판매가를 높일 경우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라며 “수년 간 관행으로 이뤄졌던 부분이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고 향후 이같은 이익을 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법인을 철수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과징금 납부 여부는 관할 부서와 납부 당사자만 알 수 있는 비공개 사항”이라면서도 “정황상 '체납처분면탈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드링턴코리아가 맥캘란 판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과징급 대납을 요구해 하이트진로 등 대기업 주류업체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주류고시 개정안도 에드링턴코리아의 법인 철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새로운 주류고시로 인해 다수의 영업사원을 채용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 만큼 구조조정을 위한 법인 철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에드링턴코리아는 2월 법인을 철수하며 50여명 직원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전 에드링턴코리아 영업사원은 “위로금을 지급했지만 노 전 대표의 이런 행위는 비윤리적인 구조조정의 행위로 앞으로 근절돼야 할 비상직적인 정리 해고”라며 “노동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 하다”고 말했다.

위스키 업계의 불만도 나온다. 내부 상황을 몰랐던 주류업체들은 회계 법인을 선임하는 등 맥캘란 판권을 얻기 위해 열을 올렸지만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드링턴과 노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해당 법인 철수가 선례로 남을 경우 외국계 회사들의 직원 정리 수순으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