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코로나19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화장품의 부진을 생활용품 사업에서 만회하며 최악은 면했다. 돌발 변수 속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604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0.3% 감소했다. 코로나19로 화장품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반대로 위생용품 소비가 늘면서 실적 부진을 상쇄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고마진 상품군인 화장품 타격으로 45.3% 감소한 12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대부분 화장품 업체 수익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실제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 매출은 27.8% 감소한 648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이익도 61.8% 줄어든 69억원에 그쳤다. 면세시장 위축과 색조 화장품 수요 감소로 면세점·홈쇼핑 등 주요 채널의 실적이 하락했다.
그럼에도 실적 타격을 줄일 수 있었던 까닭은 생활용품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애경산업 1분기 생활용품 매출은 956억원, 영업이익 56억원으로 각각 7.3%, 17.0% 늘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손세정제와 마스크 등 위생용품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작년 말 출시한 위생용품 브랜드 '랩신'이 급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앞서 LG생활건강 역시 사업 다각화 효과를 봤다.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로 다변화한 '내진설계'가 위기 속에 빛을 발했다. 실제 LG생활건강은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6.4%, 10.0% 감소했지만, 생활용품 사업이 19.4%, 50.7% 늘며 부진을 상쇄했다.
반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지 못한 화장품 업체들은 실적 방어에 실패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66.8% 급감하며 감염병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각편대를 구성한 LG생활건강이나 화장품·생활용품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 애경산업과 달리, 화장품 의존도가 절대적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코로나19 돌발 편수에 취약한 모습을 노출했다.
다만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2분기에도 지속되며 생활용품으로 화장품 매출 타격을 메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매출이 화장품을 크게 웃돌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화장품이 앞섰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 여부는 저마진 생활용품보다 고마진 화장품 사업에서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생활용품 반짝 특수가 사라진 2분기에도 화장품 판매 부진이 이어질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