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은 막을 내렸지만 부지 선정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청주와 막판까지 경합한 나주를 비롯한 호남권에선 재심사,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추가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10일 “청주시가 나주보다 지리적 접근성과 연관산업 형성 정도가 우수하다는 평가위원회의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절차와 과정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가속기 유치 의향서를 제출한 4개 지자체와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과기부의 평가항목 배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김영록 전남지사도 “방사광가속기를 선정하면서 수도권 접근성과 현 자원 활용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반영했다”면서 “부지 입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서면과 발표로 평가를 끝내고 현장 확인은 하자유무만을 확인하는 등 현장평가 결과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김 지사는 “이번 가속기 부지 선정 과정에서의 모든 문제점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나주에 방사광가속기를 추가적으로 하나 더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남도는 앞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선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정부에 수정을 건의했다. 기준이 수도권 인접 후보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였다.
강원, 경북은 평가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세부 평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도와 도의회, 춘천시와 시의회 등은 심사 기준인 부지 안전성, 수요자 접근성과 확장성, 정주 여건, 지자체 지원 등 어떤 항목에서도 춘천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세부 평가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시는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입지선정이 객관적 기준과 공정한 절차로 이뤄져야 함에도 균형발전 논리로 결정된 데 대해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포항가속기연구소 빔라인 증설과 국내 연구자들 선도적 연구 지원이 줄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방사광가속기 집적화 의지가 퇴색되는 결과”라며 정부 평가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일정 부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부지 선정 평가 기준 선정이나 최종 결과 발표와 관련해 소통, 정보 공개가 원활치 않았다는게 골자다.
과기계 관계자는 “1조원 규모 사업 부지를 선정하는 데 기준에 대한 논의, 합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선정 결과 또한 지자체가 납득을 못하는 상황에서 세부 배점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과기정통부가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 방식을 놓고 다양한 고민을 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기준을 만들었을 것”이라면서도 “과학이 국민과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강우성기자 kws924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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