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이어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앱 플랫폼에서도 수수료 과다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숙박업소 과잉 공급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가 겹치면서 대안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화된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사태가 실마리로 작용해 타 분야의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 전반으로 논란이 확전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숙박인연합회 등 숙박업계가 숙박 앱 수수료 문제 공론화를 위한 조직 차원의 움직임에 들어갔다. 배민 문제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경기도를 중심으로 정치권을 공략, 숙박 앱 사업자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공공 앱에 배달 음식뿐만 아니라 숙박업도 등록할 수 있도록 적용 분야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배민 사태와 달리 최근 숙박 앱 플랫폼에서 뚜렷한 수수료 정책 변동은 없었다. 통상 숙박 앱은 건당 10% 상당의 중개 수수료와 10만~300만원 수준의 광고 상품이 주 수익 모델이다. 숙박업계는 플랫폼 중개 수수료가 논란이 된 배민 중개 수수료 5.8%와 비교해도 크게 높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화되면서 중소형 호텔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한 점을 광고 상품 가격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숙박 앱 중개 수수료 10%는 결제대행수수료(PG) 3.3%가 포함된 가격이다. 배달 앱 역시 중개 수수료에 PG 수수료를 더하면 합계 수수료는 9~15%대로 상승한다. 정액 광고비 역시 업주 대부분이 40만원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300만원짜리 광고비는 치열한 상권 대형 숙박업소 일부에 한정된다는 것이 숙박 앱 업체들의 설명이다.
숙박 앱 업체 관계자는 “300만원짜리 광고 상품을 이용하는 업주는 전체 5%에 불과하며, 이들은 통상 8~18배 지출대비효과(ROAS)를 내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광고 상품은 필수가 아닌 만큼 상권 상황에 따라 업주들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업주는 플랫폼에 따라 약 25~30% 비중을 차지한다.
배달 음식과 달리 숙박은 이용자가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면에서 시장 지배력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중소형 모텔의 경우 이용 이력이 남는 것을 꺼리는 이용자가 앱 활용 대신 현장 방문 및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전체 숙박 시장 거래액에서 앱 사용 비중은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특히 거래량이 많은 주말의 경우 '워크인' 고객 비중은 70~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 앱과 달리 숙박업계는 일반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숙박업은 시장 특성상 정찰제가 거의 없고 수요·공급에 따라 상품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한다. 이와 함께 결제가 그때그때 이뤄지고, 가격 흥정이 거의 없는 특징도 있다. 많은 업소가 이 점을 악용해 현장 결제 시 앱에 등록된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 앱은 이 같은 '바가지' 요금을 예방, 시장 양성화에 기여해 온 측면이 있어 배달 음식 가격 인상 요인의 하나로 받아들여진 배달 앱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키운 플랫폼 기반 사업자에 대한 인식이다. 새로운 접근으로 비즈니스 연계형 플랫폼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을 모두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 가 하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형 플랫폼 사업이 창의적 벤처로 각광 받다가 영세사업자의 이익을 빼앗는 중개인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커졌다”면서 “이들이 시장을 키운 순기능도 분명히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 걸친 협력 관점에서 발전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