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정해인 인공지능 법제도연구포럼 위원(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인공지능(AI)이란 학습·추론·판단·이해·행동 등 인간의 지적 능력 전부 또는 일부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되는 것을 말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해 산업과 사회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세계 AI 주도권을 선점하고 자국의 미해결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대통령 인공지능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 프로젝트로서 AI 국가전략을 수립해 발표했다.
여객운송 사업에 있어서도 기존 택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AI 알고리즘(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순서에 따라 수행되는 연산의 집합) 등을 적용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운송사업 플랫폼에서는 고객의 수요에 즉시 반응해 택시 공급을 맞추고 그에 따라 합리적 요금을 결정해 연결하는 데 AI 알고리즘이 도입된다.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지난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며, 총 3종의 플랫폼 사업을 도입했다. 첫째, 플랫폼 운송사업이다. 정부는 안전·보험·개인정보관리 등 최소한의 의무사항을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고객 수요와 택시 감차 추이 등을 고려해 해당 사업자의 택시 운영대수를 정했다.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 등의 형태로 납부하는 것을 전제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여객운송 사업을 허용했다. 사업자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과 외관 등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한다. 또 승합형, 고급형 등 차종을 다양화하고, 갓등과 차량 도색 등 배회영업에 적용되는 규제들을 대폭 제거했다.
둘째, 플랫폼 가맹사업이다. 법인, 개인택시가 쉽게 가맹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가맹사업 면허대수를 8분의 1로 완화)했다. 플랫폼과 결합해 특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플랫폼 중개 사업이다.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앱 플랫폼 사업을 신고제로 제도화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요금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조에 따라 택시 운임은 기본요금 및 거리·시간 병산제의 기본 체계를 따른다. 동시에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중형택시와 고급형·대형택시로 구분된 이원화된 요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실무상 모든 중형택시 사업자는 시·도지사가 정한 요율의 상한을 요금으로 신고해 사실상 시·도지사가 정한 요율이 중형택시의 단일 요금으로 기능한다. 이 경우 승객으로부터 수수할 요금은 기계식 미터기에 의해 산정된다. 그러나 고급형·대형택시의 경우, 관할관청이 운임·요율을 정하지 않고 운임 요령에서 정한 구체적인 조정·결정 기준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기본운임·거리운임·시간운임을 기본체계로 하는 요금 체계를 준수할 필요 없이 독자 요금 체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기계식 미터기를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웹 등 프로그램이 설치된 경우에 한해 요금 미터기 설치를 면제할 수 있는 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할증이 붙는 등 탄력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법은 플랫폼 사업 내용 등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의 요금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배회영업이나 단순 운송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존 운임체계가 유지된다. 차량 유형별(일반형, 승합형, 고급형), 지역별 기준 요금 범위를 설정하고 범위 내에서는 신고제, 그 이상은 인가제로 운영 방안을 허용할 계획이다. 시간제 대여, 구독형(출퇴근 등 매일 동일 시간대 이용), 월 정액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이용횟수 등에 따른 마일리지를 적립해 요금 지불에 사용할 수 있다. 할인쿠폰, 통신사 포인트 결제 등 요금 지불 방법도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르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택시의 수요 공급을 맞추고, 그에 따라 요금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탄력요금제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택시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여객운송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요금 체계다. 고객 입장에서는 출퇴근 시간, 심야시간과 같은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AI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할증요금을 부담한다면 택시를 잡지 못하는 위험을 피하고, 탑승 대기시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은 그 시간대에 다른 교통수단으로 전환할 것이므로 택시 수요 초과 현상은 완화될 것이다. 수요 공급 원칙에 따라 택시 요금의 할증률은 떨어질 것이고, 다시 택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택시 운전자 입장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와 지역에서 할증된 요금을 받고 운행할 수 있으므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들 때에는 운행을 줄임으로써 빈차 운행을 예방할 수 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택시 수급 상황, 도로교통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를 통해 분석하며 교통 인프라와 돌발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한 최단거리와 수요 공급에 따른 합리적인 요금을 제시함으로써 고객만족도와 이윤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는 AI 알고리즘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지역, 시간대별 택시의 수요 공급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앱에 접속한 고객 수를 기준으로 실시간으로 고객과 택시 운전자의 수를 집계해야 한다. 축적된 요일별, 시간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장단기 예측 값을 반영해 사전에 수요 공급이 불일치하는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으로 지역별, 시간대별 평균 주행속도, 도로교통 인프라(공사 중에 있는지, 특정 행사를 위해 도로교통을 통제 중인지 등 여러가지 사항을 포함) 등 교통상황을 분석해 운전자의 혼잡지역 기피 현상 등 우려 사항을 제거해야 한다.
장점이 많은 탄력요금제를 적용함에 있어서 관리적 측면의 유의사항이 있다. 특정 지역에 운전자가 없을 경우에 할증요금이 올라간다는 점을 이용해 택시 운전자들이 담합해 운행에 소극적일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도 AI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면 해당 택시의 위치, 교통상황 등을 분석해 운전자가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경고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운전자는 수요가 증가하는 특정 지점이나 시간대에 플랫폼 앱에서 로그아웃해 할증요금이 발생하도록 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도 데이터 축적과 분석, 적절한 조치 등으로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력요금제 형태도 다양할 수 있다. 이동거리, 시간 등 기준을 마련해 기존 시간 거리 병산제 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차별화해 기준 요금으로 하고, 이에 더해 고객 지불의사를 고려해 기준 요금에 일정한 배율을 곱해 산정하거나 일정액을 합산 또는 감산하는 방법으로 할인, 할증 요금 수준을 정할 수도 있다. AI를 활용하면, 여성, 노약자 안심서비스, 위험지역 안내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추가할 수도 있다.
탄력 요금제가 효과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요금의 상한이나 범위를 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택시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고객 확보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특정 플랫폼이 독과점화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플랫폼 시장에 적용하는 수수료의 공정한 기준을 미리 고시 등의 형태로 정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 간 또는 택시 운전자 간 담합 등 조작이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제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탄력요금제가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AI 기술의 활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계식 미터기 외에 앱 미터기의 일반적인 도입도 필요하다. 기계식 미터기는 현재 일반 택시 요금을 표시하는 장치다. 바퀴회전수 등을 측정해 이동 거리, 시간에 따라 요금을 표시하고 종이 영수증을 출력하는 하드웨어(HW)다. 이에 비해 앱 미터기는 이동전화 모바일 앱으로써 HW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다.
GPS 등을 통해 이동거리를 측정하고 동승자 간 요금 배분, 제3자의 요금 지급, 외국인의 경우 통화 환산 지급 등 다양한 형태의 운영이 가능하다. 이동 경로를 구체적으로 표시한 영수증도 앱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즉,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이 미터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앱 미터기를 통해 이동거리,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 딥러닝 등 AI로 분석해 고객이 신뢰하도록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빅데이터 수집과 AI 알고리즘에 의한 분석을 통해 고객과 택시 운전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요금 체계에 반영할 수 있다. 출발지, 도착지 정보, 고객 이용패턴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여객 교통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실시간 수요예측과 요금 산정을 통해 택시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호환 가능한 앱 미터기의 검증 기준이나 기술표준규격을 신속히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업체 영업정보나 고객·운전자 개인 정보 등은 효과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AI 알고리즘은 이미 전자상거래 등에서 요금 결정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택시 요금 같은 공공요금 결정에 있어서도 수요 공급의 원칙 등 시장 경제에 충실하면서도 택시를 전혀 탈 수 없거나 승차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 운전자의 불친절함으로부터 고객을 해방시킬 수 있다. 택시 운전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빈차 운행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 대안으로 탄력요금제를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앱 미터기의 조속한 도입과 실행이 요구된다. 탄력요금제를 보편적으로 적용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요금 상한 설정, 예상 요금의 사전 고지 등 일정한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플랫폼과 요금 결정은 모빌리티 플랫폼 발전에 필수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 기술발전과 정부의 기술표준 수립이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택시 운전자에 대한 기술교육, 앱 미터기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 수집 데이터 관련 영업 비밀과 개인 정보 등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보호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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