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국제공항이 입국장면세점 입찰을 진행한다. 중소·중견 면세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스크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성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해공항 입찰전에서 고배를 마신 그랜드관광호텔은 물론 인천과 김해에서 입국장을 꿰찬 엔타스듀티프리도 입찰 의지를 높이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달 김포공항 입국장면세점 입찰공고를 내고 오는 18일까지 입찰참가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번 면세점은 국제선 1층 수하물 수취지역 200㎡ 규모로 들어서며 판매 품목은 주류·향수·화장품·담배 등이다. 최소영업요율은 23.2%로 책정했다.
이번 입찰을 놓고 그랜드와 엔타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장면세점을 운영 중인 에스엠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엔타스의 경우 앞서 김해공항 입국장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다 인천공항에서도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김포공항 사업권까지 획득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그랜드는 김해공항을 놓친 만큼 특히 이번 사업권 확보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랜드관광호텔 관계자는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김포공항 입국장면세점 입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안한 업황에도 면세점들이 입국장면세점 입찰에 나서려는 까닭은 향후 사업성에 대한 기대감과 당장 임대료 부담이 출국장 면세점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들은 매출이 95%가량 감소했음에도 계약시 정한 '고정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라 손실이 커지고 있다. 반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에스엠과 엔타스는 매출과 연동된 영업요율 형태로 임대료를 내고 있어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월 5만명을 웃돌던 입국장면세점 이용객수가 2월 2만2910만명, 3월에는 5988명으로 줄었음에도 매출 타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던 배경이다.
면세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도 허용됐다. 입국장면세점은 이날 오전부터 담배 판매를 처음 시작했다. 앞서 정부는 입국장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 담배 판매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포공항 입국장면세점이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항공사가 제시한 김포공항 입국장 예상 연간 매출액은 18억6000만원으로, 김해공항(53억2000만원)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선 여객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포공항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수는 493만명으로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수인 1009만명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제선 운항노선도 김해공항이 13개국 41개 노선인 반면, 김포공항은 3개국 5개 노선에 불과하다.
공사가 최소영업요율을 두 공항 모두 23.2%으로 책정한 만큼, 이번 김포공항 입국장면세점 입찰전의 경우 앞서 4파전을 벌였던 김해공항 입찰만큼 흥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엔타스듀티프리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입국객 수와 예상 매출액, 수익성을 면밀하게 따져본 후 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는 오는 18일까지 입찰참가등록을 접수, 제안서 80%와 입찰영업요율 20%를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관세청 특허심사를 통해 최종 낙찰자가 결정된다. 현재 진행 중인 입국장 확장공사는 내달 준공 예정이다. 임대기간은 5년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