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는 남편에게 배신 당한 여주인공이 눈 밑에 점을 찍고 다른 인물로 변신해서 나타나 복수를 감행한다. 당시 화제만큼이나 많은 풍자와 패러디를 낳은 설정이다.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다시 불거진 논쟁이 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지구촌 화두가 된 언택트(비대면) 의료라는 이름으로 점을 찍고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국판 뉴딜'의 일부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비대면 산업 육성에는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한 축으로 포함된다.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화상연계 방문건강관리 등 기존 디지털 기반 비대면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비대면의료 시범사업 확대가 “원격의료 제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는 반발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뿐 사실상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치 데자뷔 같다. 원격의료 관련 시범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유헬스' '스마트케어시범사업'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의료' 등 다양한 표현으로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스마트진료'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그때마다 의료계에서는 이름만 바꾼 원격의료 추진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시지만 전화 상담 및 처방이 허용되면서 15만건 이상의 사실상 '원격진료'가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오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고, 환자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 원격의료의 한 부분인 '원격 모니터링'은 그동안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을 통해 실효성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원격의료는 이번에도 시범사업 딱지를 떼지 못하고 다음번에 또 다른 이름으로 나타날까?
다만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너무 크다. 세계 팬데믹 상황에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부족한 의료자원을 효율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적정 수가 개발, 오진 방지책, 대형병원 쏠림현상 해소 등 원격의료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건전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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