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AEOAK) 정용석 회장 인터뷰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단체사진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단체사진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 정부의 전시 업계 긴급 지원은 문화 전시의 영역이 아닌 산업 전시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긴급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월요일부터 온라인 신청이 시작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재난 지원금을 책정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자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전시 업계 긴급 지원은 박람회와 같은 컨벤션 영역에 대한 것이었고 대중들이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찾고 있는 전시들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

관람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유료의 문화 전시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관람객이 급감했고 아트숍의 매출이 마이너스가 되었으며 종국에는 휴관을 결정한 곳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라에서 생각하는 전시사업이라는 것이 대중들의 문화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영역의 전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진행되는 산업 전시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문화생활을 장르 별로 나누어 본다면 크게 영화, 공연, 전시 정도로 나눌 수 있지 않은가 한다. 물론 여기에서의 전시는 문화 전시이다. '전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문화 전시가 아닌 박람회를 먼저 떠올리는 국민이 전체의 몇 퍼센트나 될지 의문이다.

사실 문화 전시업계는 영화나 공연 장르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영화는 포털사이트의 한 영역을 차지할 정도이고 공연은 플레이디비라는 정보 사이트가 있지만 전시는 각각의 주최사나 주관사들이 만든 홈페이지가 있을 뿐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전시들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가 전무하다.

영화 관련 매거진은 넘쳐나고 공연도 몇 개의 매거진이 있지만 전시는 매거진 역시도 없다. 눈에 띄는 전시 매거진들은 모두 산업 전시에 대한 것이다.​

한마디로 문화 전시의 히스토리를 한눈에 보는 것이 불가능하고 문화의 한 장르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전문 매거진 하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 전시 기획사들이 투자를 유치해 자신들의 기획을 구체화하고 장소를 대관하여 전시를 진행하고 전시가 끝나면 입장료를 수익으로 하여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끝나는 일회성의 전시들이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투자 없이 자력으로 문화 전시를 진행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의 문화 전시 기획사들은 어마어마한 대관료에 허덕이며 투자 유치와 작품 수급을 위해 종횡무진 해야만 한다.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현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현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위와 같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문화 전시 기획사와 관계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고 이에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AEOAK)가 창립되었다.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회장 정용석을 만나다

문화 전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에 비해 국가나 정부의 그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빈약했다. 아니 완전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이하 협회)가 생겼다는 소식은 문화 전시를 애정 하는 관람객 중 한 명으로서 무척이나 기쁘고 반가운 것이었다. 때문에 협회의 대표자로 나선 정용석 회장과의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정용석 회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정용석 회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협회의 대표직을 맡게 된 정용석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과 직전의 '미니언즈 특별전'으로 많은 문화 전시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전시회사 지엔씨미디어의 부사장이기도 하다.

오르세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문화 전시업계에서 20여 년의 경력을 쌓아온 정용석 회장은 전시계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정 회장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문화 전시 영역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나 정부에 업계를 대표하여 목소리를 내고 체계화되어 있지 못했던 문화 전시 산업을 바로잡아 더욱 성장해 나아가기 위해 협회를 설립했다며 직접 그 취지를 설명해 주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문화 전시회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각 전시의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며 이를 종합하여 정부와 국가에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라는 뜻도 밝혔다.

정 회장이 전시 업계 종사를 시작할 무렵 시장의 규모는 관람객 5천 명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전시의 퀄리티도 높아졌고 관람객의 수 역시도 열 배, 스무 배에 달하는 인원이 전시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화 전시 산업이 발달하고 있기에 더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박물관인 루브르나 오르세미술관에는 전시를 위한 작품의 대여와 관련한 팩스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접수되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하니 세계인들의 문화 전시에 대한 목마름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내에서의 전시를 위해 해외 유명 작품들을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직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현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현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기존에 다른 나라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전시를 국내에 들여오는 경우도 많은데 외국에서 전시되었던 그대로를 가지고 한국에서 전시를 오픈한다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각 나라 국민들의 성향이나 취향, 전시 당시의 사회적 트렌드 등이 모두 다르기에 당연한 논리라고도 했다. 솔직히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눈높이는 세계 모든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한 대중들의 보는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공간도 오브제도 심지어는 전시장에 흘러나오는 음악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정용석 회장의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문화 소외 계층에 대한 이야기와 신진 아티스트들에 대한 지원 사업에 대한 계획 및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전시'라는 하나의 문화 장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얼마나 오랜 기간에 거쳐 하나의 전시회로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웠다.

◇  문화 전시에 대한 장르적 이해와 문화계의 한 축으로서의 인정

영화와 공연 그리고 전시가 대중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이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 세 가지의 장르가 각각 완전히 다른 제작방법과 비용이 들고 그것을 소비하는 방법 역시도 같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생활이라는 것이 단순히 여가 시간을 메우는 정도의 것으로 인식되기에 문화 소비에 대한 가치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공연의 경우도 대극장의 큰 규모의 것이 아닌 이상 정가의 절반 이상의 할인율을 제공하며 관객을 유치하는 편이고 전시 역시도 그 주제나 작품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관람료를 책정하고 있으며 할인된 금액으로 티켓을 판매한다.

우리나라의 영화 관람료가 유럽이나 다른 여러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관람료를 기준으로 공연이나 전시의 요금이 하락되었다는 것은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완성된 필름이나 데이터를 복제하여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와 눈앞에서 직접 연기나 퍼포먼스 등을 보여주기에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제약이 있는 공연이 어찌하여 같은 금액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시 역시도 공간을 채우는 작품과 오브제의 가치와 전시장 위치에 따른 대관료, 규모에 따라 배치되는 스태프들의 인건비 등을 감안한 현실적인 가격의 관람료에 대해 관람객들이 이해하고 그에 상응하는 티켓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SNS에 자신의 문화생활을 기록하고 있는 이 시대의 대중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는 관람하면서 인증샷을 찍을 수 없다. 공연 역시도 마찬가지다. 작품과 직접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문화생활의 장르는 전시가 유일하지 않은가 한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가서 인생샷을 찍는 것과 직접적으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문화인으로서 문화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관람 티켓이나 객석, 관람 장소 등을 배경으로 하는 인증샷이 아닌 작품과 직접 인증샷을 촬영함으로써 인생샷을 건질 수 있게 하는 전시야말로 트렌디한 요즘 세대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문화 장르가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인생샷을 얻을 수 있는 문화 전시의 영역이 국가와 정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현실에 개탄스럽고 이제서야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라는 ​​짜임새 있는 조직을 설립했다는 것에 유감스러운 마음이 든다.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현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창립총회 현장 /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제공

그러나 시작이 반이고,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했다.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의 창립은 문화 전시 영역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첫발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가 생긴 만큼 우리 전시 업계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법한 인생샷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