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참 많은 대통령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화두다. 71%(한국갤럽, 6~7일 전국 성인 1004명,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P)는 취임 4년차, '레임덕'을 걱정하기 시작해야 할 정권 후반기 지지율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취임 만 3년 시점의 직무수행 평가가 가장 높게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43%)에 비해서도 약 30%포인트(P) 높다.
계속된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보건의료·과학기술을 적시에 활용하면서 4·15 총선 대승과 함께 문 대통령 자신의 지지율도 크게 높였다는 게 중론이다.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문 대통령의 과제는 이제 경제 활성화로 좁혀졌다. 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편될 글로벌 산업 구도를 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과감한 ICT 인프라 투자로 글로벌 위기를 헤쳐 나갔듯이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구체화해서 제시했다.
지지율이 높은 것과 달리 문 대통령에겐 그동안 쌓은 성과보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경제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무역수지 적자, 서비스업 위축, 제조업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기간산업과 주력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고용 충격이 더해진 '경제 전시상황'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외신은 우리를 향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미 우리를 선진국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문 대통령의 말과 여권 일각에서 흘러나온 태종·세종 발언이 또 한 번의 '이른 샴페인'이 될까 걱정된다.
손자병법에는 4종류의 장수가 등장한다. 용장(勇將)은 지장(智將)을 이기지 못하고, 지장은 덕장(德將)보다 한 수 아래이며, 덕장도 복장(福將)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복장(福將)을 넘어 태종·세종과 같은 명군(名君)이 될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강국'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 과제는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