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양분 돼 있던 오비맥주 노동조합이 통합을 추진한다. 회사측과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당초 오비맥주 노조는 내년을 목표로 통합을 추진해왔지만 사전 협의 없이 계속되는 사측의 일방적 행보에 통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노동조합은 12일 통합을 위한 합치 투표를 시작했다. 오비맥주 노조는 이천공장과 광주공장이 속한 한국노총과 이천공장, 전국의 영업직군이 포함된 민주노총으로 나뉘어져 있다.
투표는 약 10일 간 진행된다. 교대 근무를 하는 현장 직원 특성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조합원 전원이 참여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다. 또한 전국 34개 영업 지점에 투표지를 발송한 뒤 투표 후 다시 받아야 하는 특성도 반영됐다.
개표는 21일 진행된다. 청주공장과 이천 공장에서 진행되며 각각 개표 시간이 달라 결과는 밤 늦게 나올 전망이다.
오비맥주 노조는 약 1800명 종업원 중 17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중 민주노총 950여명, 한국노총 650명으로 구분 돼 있다.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이 통합해 찬성할 경우 통합추진위원회는 향후 절차와 일정을 수립하고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민노총과 한노총 중 통합의 주체가 어느 곳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투표는 통합에 찬성 유무를 묻는 것으로 안건이 가결 될 경우 향후 또 다시 투표 등의 절차를 통해 통합 주체가 결정될 예정이다.
노조는 통합을 통해 사측과 교섭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연례행사 식으로 자리잡은 희망퇴직 진행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달 전례 없던 청주공장의 4주간 휴업이 진행되는 과정 중 노조와 한차례 협의나 고지 없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노조는 내년 9월을 목표로 통합을 준비해 왔으나 사측의 일방적 행보에 대화 창구를 단일화 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시기를 앞당겼다.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 될 경우 연내 통합을 목표로 한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하나로 통합 될 경우 노조간 방향성 달랐던 부분에서 사측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었던 부분 없어지게 된다”며 “빠른 통합이 필요하다는 다수의 여론이 있어 시기를 앞당겨 투표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파트너로서 노조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과 절차를 존중한다”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