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원 "연료비 연동제 도입해 전기요금 개편해야"…산업부는 '선긋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김종갑 한전 사장이 작년 10월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전자신문DB]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김종갑 한전 사장이 작년 10월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전자신문DB]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 전기요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연료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전기요금도 이에 연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하락 안정세에 접어든 시점에선 가계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다만 정부가 이를 인용,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전력공사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어 실제 전기요금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경원은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국내 에너지 부문 요금체계 현황 진단 및 정책방향 연구'를 통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말 그대로 연료비용을 전기요금에 연동하는 제도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연료비 등락과 관계없이 사용량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전이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체계를 결정, 정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승인받는 구조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석유나 가스 등과 대비된다.

에경원은 “천연가스·열에너지 부문도 정부 규제를 받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 공급 비용을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에 비해 전력은 판매사업자가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구입하는 전력구입비가 최종 소비자요금에 적기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최근처럼 국제유가 하락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발전 원가가 낮아져 전기요금이 그만큼 내려갈 수 있다. 국제유가는 셰일가스와 재생에너지 등 대체 자원 증가로 말미암아 앞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우리나라 전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게 에경원의 주장이다.

박명덕 에경원 연구위원은 “상품을 100원에 만들었으면 100원 이상으로 파는 게 당연하다”면서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전기를 판매할 경우 전력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경원은 다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전기요금 변동으로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인센티브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제도로는 단일 전력사업자인 한전이 각종 비용을 아끼거나 경영 효율화를 해야 할 요인이 없다”면서 “영국 등 선진국처럼 인센티브 규제를 통해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경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다. 보고서를 받아 본 곳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다 보니 일부에선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속도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매 5년 수립하는 최상위 국가에너지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에너지 가격에 공급 원가 및 외부 비용 적기 반영' 등을 감안한 문구를 포함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경원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 연구는 국무총리실과 산업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현재 전력 현황을 진단하고 정책 제언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에너지연 보고서는 아직 보지 못했고, 연료비 연동제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