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상영된 '백 투 더 퓨처 2'에서 주인공 마티는 지면에서 떠올라 물 위를 달리는 '호버보드'를 탄다. 영화 '염력'에서는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이 등장한다. '아이언맨'은 첨단 신소재로 만든 수트를 입고 적과 싸운다.
그동안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여겼던 미래 과학기술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산업 혁신을 위한 '알키미스트(연금술사)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젝트 테마는 △인간 △사회 △산업 △지속가능성 4개 분야에서 총 10개가 선정됐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미래 가치와 욕망을 투영한 기술을 도출해 주목된다.
'브레인 to X(B2X)'는 사용자가 생각만으로 외부기기를 제어하거나 뇌 신호로 타인과 소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사용자에게 염력을 부여하는 셈이다. 생각만으로 원하는 가전제품과 장비를 움직이는 편리한 생활은 물론 뇌 기능 향상, 신경제어 인터페이스 등 새로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개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경량 소프트 웨어러블 스마트 수트' 테마도 눈길을 끈다. 바이러스, 유독가스, 미세먼지를 자동으로 감지해 인체를 상시 보호한다. 사용자의 시각과 청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과 자립형 에너지 장치의 연구도 선택 가능하다.
중국 진시황이 추구했던 '불로불사' 능력을 과학으로 현실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장생인간'을 미래가치로 삼는 '유전자 자가교정 및 치유조절 기술'과 '면역거부반응 없는 소프트 임플란트'가 각각 10대 테마에 올랐다.
인간 세포에서 암, 백혈병 등 특정 질병 유전자가 발견되면 스스로 이를 교정해 예방 효과를 낸다. 코로나로 폐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이를 보완하는 임플란트를 제공한다. 질병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해방된 인간의 삶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프더그라운드(OTG) 모빌리티'는 영화 속 '호버보드'를 추구한다. 지표면에서 뜬 상태로 사람이 탑승해 이동할 수 있는 초근거리 신개념 이동수단 개발을 추진한다. 지상에 접촉하지 않는 다는 특징을 이용해 이동표면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레저사업과 새로운 교통인프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형 바이러스 검출·분석 시스템'도 미래기술로 선정됐다. 세계 각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고전파성·고위험성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검출·분석하고 빠르게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K-방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가 신동력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초임계 소재'와 '분자 레벨 프린터'가 각각 선정됐다.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처럼 AI가 소재 공정·특성을 통합 설계해 물성의 임계치 70% 이상을 갖는 소재 개발에 도전한다. 분자 레벨 프린터는 인간의 DNA 등을 원자·분자 규모로 2차원(대면적)·3차원 구조물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할 가치가 크다.
'이산화탄소 저가 수소 생산'은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가격이 낮은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없는 현재 기술 한계를 넘기 위한 과제다.
'아티피셜 에코 푸드'는 축육 세포 기반 동물성 영양성분을 함유한 가공식품 개발을 노린다. 세계적 식량난과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한편 제조비용과 시간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