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찾은 이유는 직접 이유는 배터리다. 미래 전동화 시대에 핵심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배터리는 전동화(BEV·PHEV) 차량뿐 아니라 현대차의 도심항공 모빌리티 등에도 경쟁력 확보에 주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들어간 일본 토요타도 아직까지 상용화를 못할 만큼 지금도 넘어야할 기술적 난제가 많기 때문에 점검이 필요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재계에 주목을 받으면서까지 삼성을 첫 방문한 이유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SDI를 찾는 건 상용화까지 아직 5년 이상 남은 것으로 알려진 전고체 배터리 기술 상황을 확인하고 점검하기 위해서다”며 “정 부회장은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선 보고보다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 실현에 핵심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올해 초 2025년까지 현대·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 목표를 56만대 이상으로 설정했다. 또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기아차의 전체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25년까지 85만대 이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을 줄여가는 전동화 전략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와 상품 라인업 다양화, 생태계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베터리전기차(BEV) 전용 플랫폼(E-GMP)과 초고속 급속충전 등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해 시장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현재 코나와 아이오닉 등 중소형 차급 위주의 전동화 라인업을 소형과 대형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동화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는 초급속 충전인프라 업체인 독일 아이오니티에 투자를 단행하는 등 충전인프라 확대는 물론, 중고·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규 사업도 다각화할 방침이다.
기아차도 2025년까지 29조원을 투자해 영업이익률 6%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6.6%를 달성하겠다 목표다. 2025년까지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친환경차 판매 비중 25%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그룹 전략에 맞춰 전기차·자율주행차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사업도 확대 중이다.
PBV는 승객 운송과 물류·냉장 차량 등 사업자 목적에 맞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향후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맞게 자유자재로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첫 결과물론 현대차와 기아차 내년에 각각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첫 양산 차량을 선보인다. 한번 충전으로 500㎞ 이상 등 장거리 주행은 물론, 20분 안에 초고속 충전을 마칠 수 있는 사양을 갖춘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1차 사업 배터리 공급업체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데 이어 약 110만대 분량의 배터리 2차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2028년까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UAM에는 상용 시점에서 높은 출력에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나 전고체 배터리 채용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가 전동화 구현뿐 아니라 기체 무게 밸런싱에 핵심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