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투명망토를 만드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나노성형소재와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얇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기기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기계공학과 윤관호 박사 연구팀이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김관 씨 연구팀과 공동으로 메타물질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나노성형소재와 대면적 나노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메타물질은 인공원자로 만들어진 물질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빛의 특성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빛 굴절이나 회절 등을 조절해 그 모습이 사라지는 것처럼 착시를 만드는 투명망토나, 빛의 입사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메타홀로그램 역시 이 메타물질을 이용한다.
메타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인공원자를 정교하게 제작하고 배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전자빔 리소그래피 방식을 통해 메타물질을 제작해왔는데 공정속도가 느리고 단가가 비싸 메타물질 상용화의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메타물질 구현에 적합한 광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유자재로 성형이 가능한 나노입자 복합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나노성형소재를 개발했다. 한 번의 공정으로 성형할 수 있는 원스텝 프린팅 기술도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 두께보다 100배 이상 얇은 초박막 메타렌즈를 구현했다. 메타물질을 두꺼운 유리 렌즈, 플라스틱 렌즈 등을 1만분의 1수준 두께로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스텝 프린팅 공정으로 초박막 메타렌즈를 제작한 것은 세계 최초다.
기존 유리 등으로 만든 렌즈와 같은 성능을 내는 메타렌즈를 만드는 가격이 1000만원이었다면,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약 1만원 수준이다.
노준석 교수는 “나노성형소재 원스텝 프린팅 기술은 기존 전자빔 리소그래피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메타물질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렌즈는 기존의 두껍고 큰 VR·AR 렌즈나 안경을 획기적으로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고, 곡면이나 구부러지는 웨어러블 기기에 적은 비용으로 메타물질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