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덩치 키우는 여기어때…여행 스타트업 인수 나섰다

숙박-액티비티-여행 시너지 노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움직임

불황기 덩치 키우는 여기어때…여행 스타트업 인수 나섰다

종합숙박서비스 업체 여기어때컴퍼니가 여행 스타트업 인수에 나섰다. 기존 중소형 호텔 및 펜션 중개 시장과 영역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사업을 흡수해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기어때는 유망 여행 스타트업 몇 곳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후보군으로 항공 및 해외 호텔, 투어 및 티켓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유여행 플랫폼 A사·B사·C사를 꼽고있다.

여기어때는 숙박 및 국내 액티비티 서비스 중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숙박-액티비티-여행으로 이어지는 시너지를 내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게 중장기 목표다.

여행업계가 대부분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 불씨를 댕겼다. 여행 스타트업들은 최근 매출이 평소 대비 2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상당수가 구조조정 및 직원 무급휴직 체제에 들어갔다. 게다가 기존 여행업계와 달리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 없어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기존 신주 발행을 통해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던 스타트업 역시 당면한 재정난 해결 때문에 회사 매각 역시 적극 고려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영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CVC에 3000억원 가치로 매각된 여기어때는 옥션-지마켓 합병을 주도한 최문석 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에누리닷컴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키워 매각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최 대표는 “기존 플랫폼을 한층 고도화하고 M&A 등을 통한 공격적 신사업 육성과 함께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취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 인수가 없었기 때문에 첫 인수 사례가 어느 곳이 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돼 왔다.

통상 외국계 사모펀드의 회사 인수는 3~5년에 투자 회사 가치를 극대화시켜 차익을 실현한다. 그러나 중소형 호텔 숙박 중개 사업은 국내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어 향후 성장 지속성이 불확실하다. 여기어때는 고급 숙박 이미지를 추구하기 위해 지난해 매물로 나온 '데일리호텔'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 단가 협상 결렬 및 내부 사정 등이 겹치면서 데일리호텔은 지난해 9월 야놀자의 손에 넘어갔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특정 분야에 집중될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대외 요소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경쟁사 야놀자가 글로벌 사업, 건설, 액티비티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어때 역시 한때 개발 인력 채용을 확대하며 인공지능(AI) 서비스 도입 등을 추진해 정보기술(IT) 스타트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시도했지만 현재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여행 스타트업 인수는 여행, 항공권으로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확장하면서 거래액 및 이용자 유입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한 여행 스타트업 대표는 “자금력만 받쳐 준다면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기업에는 지금이 M&A 적기”라면서 “여기어때의 경우 투자사가 글로벌 사모펀드인 만큼 자금 동원 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