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기업 라임이 또 다시 허술한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으로 도마에 올랐다. 인증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만 한정해 기존 무면허 가입자는 여전히 걸러내지 못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자 인증 방식 역시 진위여부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해 면허증 대신 다른 사진을 올려도 이용이 허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라임코리아는 지난 4월 24일부터 운전면허증 스캔 인증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지난달 12일 부산에서 무면허로 라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라임은 지난해 10월 국내 진출 이후 반년 가까이 운전면허 인증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불법 무면허 운전자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업체들은 미성년자 등 무면허 운전자들이 라임으로 집중됨에 따른 매출 증대를 라임이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임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이용자 신규 진입 감소를 감수하면서 면허 인증을 실시해 왔다. 이 때문에 라임 측이 눈가림식 인증 제도를 도입한 이유 역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면피성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신규 가입자 인증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은 '사진 스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이용자가 업로드한 면허증 사진을 담당 직원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진위 여부를 시스템에 수기로 입력하는 형태다. 유효성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진다. 최근 서울시가 각 업체들에게 '실시간 인증'이 가능한 형태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실용성 문제가 제기된 탓이다.
실시간 인증이 불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인증 완료 전까지는 전동킥보드 이용을 제한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운전면허증 사진이 아닌 주민등록증 등 다른 사진을 찍어 제출해도 즉각 전동킥보드 대여가 가능했다. 신규 가입한 무면허 이용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도 기존 회원 모두에게 면허 인증을 받았는데 글로벌 기업이 기술적 문제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새로 도입한 방식 역시 '면허 인증'이 아니라 그저 '면허증 사진 업로드'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공식 도입 예정이라고 밝힌 음주운전 방지 기능도 효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라임 킥보드를 이용하기 전 '음주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이용자 동의 팝업 창을 띄우는 방식이다. 라임 측은 “해당 시스템이 먼저 적용된 해외 사례를 보았을 때, 음주운전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주 측정과 같은 기능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경고 메시지만으로는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음주 사고 발생 시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워 책임 소재를 떠넘기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많다.
라임코리아 관계자는 “면허 인증 시스템과 관련, 신규 가입자가 아닌 기존 회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여부는 아직 회사 내부에서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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