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현재 車부품사 가동률 30%까지 감소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공장 휴무가 늘어나면서 일부 부품사들의 최근 공장 가동률이 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현재 車부품사 가동률 30%까지 감소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의 부품 발주가 줄면서 부품업계 전반의 매출액이 급감한 가운데 부품사들의 휴업도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 운영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24개사 자동차 부품업체의 5월 가동률은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1차 부품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60% 이상을 유지했지만, 2차 업체는 최대 30%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난 3월 중순 60% 수준이었던 부품업계의 최저 가동률은 3월 말 70%까지 높아졌으나 5월 들어 다시 30%대로 하락했다.

이는 해외 수출 감소로 인한 완성차 공장의 5월 휴무가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는 지난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대부분의 국내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에도 수출 비중이 높은 공장과 라인 위주로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완성차 공장의 가동률은 지난 3월 말까지 80% 이상으로 유지됐으나 5월 들어서는 60% 이상으로 하락했다.

기아차 소하리 1ㆍ2공장은 5월 초 셧다운에 이어 이달 22일부터 25일까지 추가 휴업을 결정했으며 기아차 광주 2공장은 오는 25~29일 생산을 멈추기로 했다. 한국지엠 부평 1공장도 25일부터 일주일간 임시 휴업에 돌입하며 사실상 이달 조업 일수는 7일에 그치는 수준이다. 쌍용차도 이달 중 8일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른 부품업체의 매출 손실도 늘어 나고 있다. 이달 1차 부품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0~25% 감소가 예상되며 2차 부품사의 경우 최대 60%까지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5월까지 누적된 매출 손실로 인한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달 완성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부품업체 공장의 휴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인 24개사의 부품업체 중에서 절반인 12개사가 현재 휴무를 하고 있거나 완성차 업체 공장 일정에 따라 휴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부품업체의 경우 5월 한 달간 문을 닫기로 한 곳도 있으며 주 3일 근무를 하거나 매주 금요일 전 직원 연차 휴가를 사용해 주 1회 휴무를 진행 중인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부품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은 까다로운 정부의 지원 요건을 맞추지 못해 금융 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완성차 업체의 협력사들의 경우 정부 P-CBO 인수 신청 업체의 27%가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탈락했으며 상당수의 업체들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유동성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조성한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의 초점이 항공·해운에 맞춰져 있어 자동차 산업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담보 여력이 부족한 부품사에 대한 금융지원 조건 완화, 대출 한도 및 운영자금 확대, 차입금 상환 유예, 저금리 대출 등의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고용유지지원금의 규모와 조건도 지나치게 엄격해 업체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문제는 현장 이행”이라며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수요 절벽과 공장 가동 중단, 매출 감소로 큰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유동성을 적시에 공급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