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료계에 비대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 병원이 최근 디지털 기반 비대면 의료서비스에 앞다퉈 나서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비대면 의료산업을 강조한 것도 관련 산업에 불을 붙였다.
의료계 비대면 바람은 대형병원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접촉 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진료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모바일 기반 환자용 앱은 이미 국내 상당수 병원이 도입했다. 전국 상급·대형종합병원 50여 곳이 환자용 앱 시장 선두기업 레몬헬스케어가 제공하는 '레몬케어' 기반 환자용 앱을 구축했다. 서비스는 병원 진료예약부터 진료비 결제, 실손 보험금 청구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 모바일로 실시간 처리할 수 있다. 레몬케어 기반 환자용 앱은 코로나19 사태로 의료기관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된 이후 다운로드 수가 기존 매주 8000건에서 1만건으로 급증했다.
자체 개발한 모바일 사전문진시스템으로 병원 접촉을 최소화한 병원도 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11일부터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내원 1주일 전과 1일전 두 차례 모바일 메시지를 통해 사전문진표를 발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의료진이 확인 가능한 모바일 앱인 '고신닥터스'를 병원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과 연동해 환자나 보호자가 언제든지 담당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병원출입관리시스템도 등장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최근 병동 출입관리에 AI안면인식 기술을 적용, 환자와 보호자 이동경로 추적이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AI기반 안면인식은 기존 병원출입증 방식보다 대면 접촉을 줄여 감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안면인식 개인별 아이디를 등록해 환자와 보호자의 모든 출입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올해 안에 모든 병원과 응급실, 주차등록, 수납 업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명지병원은 보안솔루션 전문기업인 ITX엠투엠과 공동으로 텔레메디신 및 재택의료, 헬스로봇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AI와 보안솔루션을 의료분야에 접목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연결할 수 있는 첨단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비대면 의료의 사회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주춤했던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실증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강원도 규제자유특구는 그동안 원격의료실증사업에 참여할 1차병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초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병원이 1곳뿐이었지만 최근 8곳으로 급증한 것이다. 원격의료 규제 완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남대병원은 올해 환자안전 및 감염관리 주간행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에서 영탁이 부른 '찐이야' 노래에 맞춰 각 부서별로 정확한 환자 확인, 타임아웃, 손위생, 기침예절 등을 주제로 동영상을 제작했다. 홍병진 레몬헬스케어 대표는 “코로나19로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을 지키고, 신종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체계구축의 주춧돌로서 비대면 의료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