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언택트 시대 교육, 변해야 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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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원격수업으로 교실은 비었지만 수업은 이어졌다. 교무실 일상도 달라졌다. 교사는 다양한 스마트 도구로 수업을 준비하고 누군가 유용한 툴을 발견하면 동료 교사에 공유도 해준다. 전문가라고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운 그저 남들과 똑같은 교사가 단지 동료보다 먼저 사용법을 익히면 강사가 돼서 다른 교사를 가르친다. 젊은 교사가 나이 지긋한 교사를 가르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교무실 뿐일까. 모든 코로나19로 교육계 일상과 문화가 변하고 있다. 언택트 디지털의 확산과 함께 '권력'도 분산되고 있다. 새로운 교수학습법에 경력은 무색해졌고 실력은 투명하게 누구나 비교 확인이 가능해졌다. '라떼는 말이야'하고 툭하면 과거 이야기를 하며 자기자랑이나 하던 '윗분'들은 '경험'만으로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디지털이 가져올 10년~20년 후 미래를 한번에 경험하고 있다. 강제 디지털 전환이라고도 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오긴 했으나,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돌아갈 수는 없다. 싫건 좋건 간에 그렇게 사회는 변해버렸다.

이미 대학은 이를 경험하고 있다. 무엇으로도 움직이지 않던 교수들이 움직인다고 대학 총장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 혁신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은 번번이 벽에 부딪혔으나, 온라인 강의 한 학기도 안 돼 교수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과목에서 디지털을 잘 활용해 학생 참여를 이끌어내는 교수와 그렇지 않은 교수가 단번에 비교가 됐다. 오프라인 수업과 달리 쉽게 공유되고 쉽게 비교된다. 다음 학기 학생의 선택이 무엇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영상 녹화도 만만치 않다. 그럴 교수들은 극히 적겠지만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 본인 입담으로 지식만 풀어내도 문제가 없었다. 두고두고 남을 영상에는 함부로 할 수 없다.

초중고 교사라고 다를까. 학생에게 선택권이 없는 초중고에서는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 그동안 평가를 받지 않던 교사도 자연스럽게 평가를 받게 된다. 디지털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확산, 다양한 형태로의 가공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덕에 경계없는 무한 경쟁을 가져오게 된 것은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은 단순히 문화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언택트 시대 새로운 경쟁 사회가 펼쳐질 것이다. 한 정부 인사는 일타강사도 나오는데 일타교사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내다봤다.

디지털 시대에 독점 권한은 없다. 교사에 의해 학생이 따라가는 기존 교육 방식은 어쩔 수 없이 교사에게 권력이 집중됐다. 고교학점제로 학생들의 선택과 평가를 받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교사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노력만으로는 안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왔다.

교육부는 원격 수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 중이다. 어떻게 하면 미래교육으로 발전해 갈까 고민한다. 블렌드 러닝(혼합교육), 플립러닝(거꾸로학습) 등 교수학습방식이 거론된다. 단순 지식은 학생이 검색하거나 교사가 추천한 영상으로 학생 스스로 학습을 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토론을 위주로 하는 형태다. 교육은 가르치는 것(teaching)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learning)이 돼야 한다고 한다. 교사는 훈육하는 인스트럭터가 아니라 학생이 방향을 잘 잡도록 도와주는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 문화가 어떻게 바뀔지, 이를 위한 지원책은 무엇일지도 내다봐야 한다. 새로운 시대 '교권'의 개념도 정립해야 한다. 서책 교과서와 같은 기준에서 나오는 '디지털 교과서'도 달라져야 한다. 문화와 도구, 모든 것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겪게 될 언택트 시대로 진입하는 방법일 것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