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게임을 질병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 새로운 질병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효과적인 힐링 수단이 되고 있다. 모범적인 방역을 보여준 국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올해는 가족과 함께 콘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흔해졌다. 게임을 혼자 방에 틀어박혀 밤새 즐기는 오락이라고 보는 편견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함께 즐기는 콘솔의 매력
콘솔 게임은 한때 유행했던 고인 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난 7년간 콘솔은 점차 저변을 넓혀가며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콘솔게임 시장 성장률은 무려 41.5%에 달했다. 이때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일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콘솔이 주로 일본산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성장률은 상당히 고무적인 셈이다. 여전히 콘솔은 전체 국내 게임 시장에서 4.3%를 차지하는 정도지만 꾸준히 성장해왔고 시간이 갈수록 폭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게임 접속자가 늘었고, 콘솔 게이머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점차 영역을 늘려가고 있는 콘솔 인기에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PC나 모바일 게임과는 달리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구성원 간 사회적 거리를 게임을 통해 좁히려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콘솔 게임은 사교와 연관이 깊다. 게임이 만든 가상의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은 아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가상 공간이 아니더라도 콘솔은 가족처럼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고, PC에 비해 조작 방식이 단순해서 어려운 게임만 아니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적응한다. 물론 콘솔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인기 대작 게임을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초기 구매 이후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 '높은 가성비'도 인기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내에서 활성화된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를 오래 할수록 과금 없이 진행이 어렵도록 설계돼 있는데 여기에 대한 반발 심리로 콘솔을 선택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옛날 감성을 누릴 수 있어 선택하기도 하지만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을 맞아 PC를 애초부터 수업용이라고 못 박아두기 위해 자녀에게 콘솔을 대신 건넸다는 의견도 있다.
◇플스·닌텐도·엑스박스…뭐가 가장 재미있을까
콘솔 게임은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도 다르다. 콘솔 업체와 게임 개발사가 서로 계약을 맺고 독점 제공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콘솔에 따라 게이머도 갈린다. 당연히 한 번 특정 콘솔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그 콘솔만 쓰게 되는 게 보통이다. 이제 막 콘솔에 흥미를 두고 입문을 결심했다면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을지 먼저 결정한 다음에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콘솔은 최신 제품 기준으로 크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4,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원 X, 닌텐도 스위치 등 세 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대표 인기 게임을 꼽자면 각각 '갓 오브 워4' '어쌔신 크리드' '동물의 숲'이 꼽힌다. 물론 이 게임을 다 즐기고 싶다면 콘솔도 세 가지 모두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엑스박스나 PS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직은 구매를 잠시 미뤄도 좋다. MS와 소니 발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안으로 차기작 PS5, 엑스박스 시리즈X가 출시될 예정이다. 덕분에 콘솔용 칩셋을 공급하는 AMD와 엔비디아도 하반기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으며, 기대감은 코로나19에도 두 회사 성장세를 견인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8K TV의 콘솔게임 지원 여부도 관심 사항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최신 콘솔들은 모두 8K 해상도 게임 그래픽을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된 삼성전자 온라인 테크세미나에서는 QLED 8K TV와 관련해 엑스박스 신제품과 PS5 출시를 앞두고 MS나 소니와 협업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와 큰 관심을 받았다.
◇TV로 곁다리 걸치는 IT·게임업계
TV와 콘솔 결합은 기존 스마트TV 역할의 확장을 내포한다. 기존 TV에 안드로이드 셋톱박스를 넣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한 것처럼 콘솔 게임도 머지않아 TV에서 VOD 고르듯이 플레이하는 일상도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서비스는 다양한 기기를 통해 게임을 서버에 접속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기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 게임'이다. LG유플러스는 서비스 중인 엔비디아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나우'의 5G 휴대폰, PC 버전에 이어 U+tv 버전을 오는 28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MS와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를 추진 중인 SK텔레콤, 유비투스와 협업해 '5G 스트리밍 게임'을 서비스 중인 KT도 조만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IPTV와 클라우드 게임의 결합은 멀리 보면 향후 콘솔 게이머까지 품으려는 시도로도 이어진다.
사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클라우드 게임 개발을 선언한 MS,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은 이미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TV와 콘솔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콘솔이 이제 막 꽃피웠지만 해외 시장은 452억달러로 모바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구글만 하더라도 PC나 스마트폰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TV에서는 안드로이드 셋톱박스를 통해 자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로 접속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안드로이드 TV 기능을 탑재한 모든 스마트TV에서 스타디아를 지원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애플tv플러스나 아마존 파이어tv도 같은 맥락의 서비스 추진이 예상된다. 게임이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OTT처럼 상품화되는 것이다.
셋톱박스가 TV로 들어갔듯 이제는 콘솔이 TV에 들어갈 차례다. 그동안 분할된 채로 발전했던 기존 PC, 모바일, 콘솔 게임 시장도 클라우드 게임 생태계 내에서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국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등 유명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각 사는 대표작인 리니지, 카트라이더, 세븐나이츠, 검은 사막 차기작을 콘솔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에픽게임즈에서는 14일 '언리얼엔진5'까지 발표하면서 중소 게임업체의 대작 콘솔 게임 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뉴주는 지난해 2023년까지 세계 게임 시장이 8.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