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단장 출신 대학 총장이 대학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다. 학문의 상아탑으로 불리던 전통 역할에서 벗어나 산업과 학문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면서 대학 현장을 바꾸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산학협력단장 출신을 총장으로 선임한 한양대, 서울과학기술대, 국민대가 새로운 융합형 교육과 산·학 협력 모델을 제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대학 총장은 과거 기업과 협력한 경험을 발판으로 산·학 공동 연구, 대학 교육의 산업 현장 이슈 도입 등을 적극 추진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기업과 대학이 공동 연구하는 '멤버십 산학협력 R&D센터'(IUCC)를 설립, 운영한다. 지난해 2월에 취임한 김 총장은 한양대의 산·학·연 클러스터인 경기도 안산시 에리카캠퍼스의 기반을 다진 산·학 협력의 대가로 불린다.
IUCC는 헬스장에 회원권을 끊듯 기업이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과 공동 연구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현대자동차, LG화학, SK실트론 등 30개 기업이 IUCC 회원으로 가입했다. 기업으로부터 받은 멤버십 비용으로 각 분야 전문 교수가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물을 기업과 공유한다. 장기술 한양대 기술사업화센터장은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대학은 산업 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더 높은 수준의 기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소·중견 기업에 공유하는 '한양AI솔루션센터'도 만들었다.
임홍재 국민대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산·학 협력이 제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변화를 꾀했다. 임 총장은 창업, 링크사업단 등 산·학 협력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산단을 운영하는 산학부총장 자리도 만들었다. 산·학 협력 통합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임 총장은 취임 후 20억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조성했다. 공연영상학과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설치 등 산·학 협력 강화에 힘썼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은 연구산학부총장, 산학협력단장, LINC사업단장 등 산·학 협력과 관련된 보직 수행을 약 10년 동안 수행한 산·학 협력 전문가다.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이 총장은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교육을 통해 산업체에서 필요한 최적화된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 총장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적기에 배출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길어진 여름방학을 활용해 학생이 다양한 국내외 장기 인턴십과 해외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총장은 내년에는 모든 학문에 AI를 융합하는 인공지능응용학과를 신설한다. 학문으로 AI 전공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융합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응용학과 학생은 AI 외 다른 학문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해야 한다.
산·학 협력 전문가 출신 대학 총장이 활약하는 것은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재정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술 이전, 연구비 확보 등 산·학 협력 관련 사업은 등록금 동결로 말미암아 재정이 어려워진 대학에 새로운 수익 창구로 꼽힌다.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과거 학문 연구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취업률, 대학의 새로운 수익 창출 등이 중요해지면서 산·학 협력 경험이 있는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