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은 황해전기와 손잡고 돌덩이 같이 무겁고 부피가 큰 고형물까지 옮길 수 있는 '단일채널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기존 오폐수용 펌프는 휴지와 같이 물에 녹고 가벼운 물체는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물티슈, 위생용품과 같이 부피와 무게가 나가는 고형물은 이동 중 유로를 막아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하수처리장에서는 양 날개 대칭구조 회전체가 장착된 '2베인 펌프'를 사용하는데, 양 날개가 맞물리는 구조로 확보할 수 있는 유로의 너비가 넓지 않다. 고형물이 걸려 막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용전력 대비 낮은 효율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김진혁 청정에너지시스템연구부문 박사팀은 이에 대응해 황해전기와 '단일채널펌프' 개발에 나섰다.
이 펌프는 단일 날개구조 회전체만으로 작동해 유로 크기를 최대로 확보할 수 있다. 효율은 기존 펌프 대비 50%정도 높아 경제적이다.
다만 비대칭구조에서 오는 심한진동이 걸림돌이었다. 진동이 지속되면 파이프 연결 볼트가 풀리는 하자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비대칭 회전체로도 중심축이 치우치지 않는 최적화 설계에 나섰고 '고효율 저유체유발진동 단일채널펌프 설계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회전하는 힘이 축 방향으로 가해지도록 최적의 수치를 조정한 것이 기술 핵심이다. 회전하는 비대칭 회전체와 정지된 벌류트(물을 모아서 내보내는 달팽이관처럼 생긴 구조물)의 상호작용으로 유체유발진동을 최소화했다.
개발품은 외산제품과 동등한 성능을 자랑하면서 단가는 2~3분의 1 수준이다. 주문과 설치까지 약 40여일이 소요되는 외산제품과 달리 일주일이면 납품까지 가능하다. 수중 펌프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해 사전 고장 예측도 가능하다.
단일채널펌프는 현재 제주도를 테스트 베드 삼아 상용화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 상하수도에 실제로 펌프를 설치, 성능 인증에 나섰다.
이미 해당 기술관련 국내 12건의 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 특허 2건은 등록을 위한 심사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유체기계학회로부터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진혁 박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연구였지만 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설계기법을 개발했고, 황해전기의 제작기술 덕분에 제품 양산까지 가능했다”며 “앞으로는 황해전기와 같이 효율이 높으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양 날개 대칭구조의 2베인펌프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